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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하다 때려친 거 조금만 공개해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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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165건 작성일 18-11-08 14:40

본문

 

연성판에 올리기엔 애매하고 

쓰거나 그린 부분이 너무 적고

그리다 때려치고 혹은 쓰다가 접어둔 미공개 연성들 털어보지 않을래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주의 

연성 전체를 올리지말고 딱 부분만! 글은 한 문단 정도만 그림은 썸넬만 잘라서!

댓글목록

익명님의 댓글

익명 #345795 작성일

"정말로 나를 지켜줄거야?"

"뭐냐, 그 말은. 내가 사본이라서 믿음직스럽지 않다는건가? ...아무리 사본이라도, 주인을 지킬 힘 정도는 있다."

"아, 아니야! 단지, 다만..."



사니와는 수줍게 두 뺨을 붉게 물들였다. 백도와 같이 뽀얀 피부에 떠오르는 붉은 빛이 사랑스럽다. 부끄럽다는듯 우물쭈물 시선을 피하다가, 겨우 결심했다는 듯 마주해오는 두 눈이 기이한 열기로 빛나고 있었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상체를 앞으로 뻗어, 얼굴을 가까이 해 온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말한 사람이... 네가 처음이라서. 그래서..."

"...처음이라고?"



의아하다는 듯 물어오는 초기도의 말에 사니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그란 눈을 한껏 휘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시선은 여전히 초기도에게 고정한 채. 물기 어린 도톰한 입술이 요염하게 휘어지며, 그 안의 붉은 혀가 매끄럽게 움직여 말을 완성한다.



"네가 최초이자 유일해."



다소 들뜬 듯, 기분을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로 달큰하게 속살거린다. 지켜주겠다는 그 한마디에 사니와는 황홀하다는 듯, 열망으로 녹아내릴듯한 눈을 하고 자신의 초기도를 향해 웃는다. 아,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가.



-단 한번도 보호 받은 적 없는 불사자와 그 손에 현현한 초기도의 이야기.-

익명님의 댓글

익명 #347423 작성일

내가 보고싶어서 펍

익명님의 댓글

익명 #347435 작성일

제목 : 남사들 전부가 재앙신인 혼마루에 정화하러 갔는데 어느 때보다 몸이 편하다. 

 

 

1. 

대신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2. 

남사 전부가 재앙신이라니 다이죠부? 

 

3. 

스레주가 갔던 혼마루가 어땠길래 저 지경인데도 편하다는 거야

 

4.

>>3.전투계라거나?

 

5.

>>4.그럼 납득

 

6. 

일단 스레주 스펙 ㄱㄱ

 

7. 보조주

나: 정화 전문 사니와. 

특기는 정화와 치유. 

고교 중퇴자.

이번 혼마루는 내가 7번째로 정화하는 혼마루. 

근시 : 나키기츠네(전부터 데리고 다님)

1대 : 20대 여자, 이 혼마루 원래 주인인 사니와. 이 혼마루를 블랙으로 만든 원인, 내 옆에서 자고 있음.

 

8.

>>7

 

9.

>>7

 

10.

>>7. 아니 혼마루를 블랙 만든 사니와를 옆에 재우고도 무사하다고?

 

11.

>>7.결계 짱짱한가봐?

 

12.

보조주

실수로 쓰다말고 올라갔는데 재운 거 나 아님 이 혼마루 남사들이 그런 거. 

아 참고로 사전적 의미로 재운 거 맞음.

 

13.

>>12.

 

14.

>>12.

 

15. 보조주

잠만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인증감도 꽤 있어서 훼이크도 섞고 쳐낼 거 쳐내야 하는데 기다려 줄 수 있음?

 

16.

>>15. (이불)

 

17.

>>.15.(코타츠)

 

18.

>>15.(챠아)

 

19.

>>15.(전라대기)

 

20.

>>18.우구야 여기서 뭐하냐

 

21.

>>20.사소한 건 신경쓰지 마

 

22.보조주

이 혼마루 원래 주인...일단 1대라고 해두자. 

1대는 여자, 전 블랙 혼마루 정화 사니와. 

 

23.

>>22.

 

24.

>>22.

 

25.

>>22.

 

26.

>>22. 있을 것 같지 않은 단어를 본 거 같은데

 

27.

>>22. 정화 사니와가 블랙 사니와가 되었다고?

 

28.

>>27.정화 사니와가 블랙 사니와 되는 경우 의외로 꽤 있어. 오히려 수법을 잘 아니까 더 잔인하고 교묘하게 활동해서 진짜로 무서워진다지. 어떻게 아냐고 묻느냐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29.

>>28. 코와이요

 

30.

>>28.혹시 본인이세요?

 

31. 28

>>30. 아니 시간정부 블랙 사니와 처분하는 부서 직원 겸직하는 사니와의 남사임. 

 

32.

>>31.28네 주인 고생 많다...

 

33.보조주

1대는 편모 가정에서 언니랑 본인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엄마가 희귀병에 걸리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언니가 사니와 적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대의 언니는 정화 사니와가 되었고, 정화 도중 죽었음. 

근데 언니가 죽기 직전에 1대도 사니와 적성이 매우 높게 나왔음.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1대는 언니의 시신만이라도 거두고 싶다며 그 혼마루에 자진해서 들어갔음. 

 

34.

>>1대...나쁜 녀석이지만 불쌍해...

 

35. 보조주

어찌저찌 언니 시체도 찾고 정화하는 데에도 성공했지만,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무리였어. 왜 흔하잖아. 정화 사니와에게 남사들이 반하다 못해 얀데레짓하는거. 1대의 언니가 죽은 것도 그 얀데레남사들 때문이었고. 1대랑 언니는 두 살 터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냐는 소리 자주 들을 정도로 많이 닮았음. 차이점이래봤자 1대가 언니보다 2cm작고 헤어스타일이 좀 다른 정도? 심지어 영력도 영력 스타일도 특기도 비슷했음. 

 

36.

>>설마

 

37.

>>1대한테 블랙 남사들이 집착하고도 남았을텐데.

 

38.보조주

>>37. ㅇㅇ1대의 언니한테 반해서 얀데레가 된 전 블랙 남사들이 1대를 언니로 오인함. 

그리고 얀데레 남사들이 1대에게 뭘 했는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본편은 아니고 외전으로 생각해둔 건데...니챤식...어렵다...
대략 생각해둔건 1대는 위에 상술한 대로의 상황으로 속이 곪아버렸으나 꾹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정부에서 멘탈 케어 용으로 새 혼마루를 줬음. 마음같아선 때려치고 싶었으나 엄마 때문에 참고 새 혼마루를 운영했는데 그 엄마가 결국 돌아가시고 결국 그걸 계기로 무너져서 제정신이 되었다가 돌아버렸다가를 반복하는데, 돌아버릴 때면 자기가 그 블랙 혼마루에 있는 줄 알고 남사들을 두려워하거나 남사들을 공격하고 재액으로 물들여버리지만 제정신이 돌아오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과함. 처음엔 단순히 주인이 엄마 죽은 충격이 컸구나 하던 남사들도 사니와의 과거를 안 뒤 그냥 사니와가 자기들을 괴롭혀도 저항을 하지 않음. 어쩌다가 정부에 사니와가 남사들을 학대하고 있는게 발각되었으나 사니와는 엄마와 같은 병을 앓게 되어 이미 수명이 얼마 안 남았고, 남사들은 사니와가 눈 감는 건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빈 덕에 사니와는 여전히 혼마루에 남아 있음. 그렇지만 사니와는 정신만 차리면 남사들과 스레주에게 제발 자길 죽여달라며 빌고, 남사들은 스레주에게 우리 주인 잡아가지 말고 마지막 눈 감을때까지만 여기 있게 해달라고 빔. 
마지막엔 스레주가 사니와를 죽일지 살릴지 선택을 스레민들에게 맡기는데 그걸 실제 이 연성에 댓글이 달리는 내용을 반영해서 결정할 예정이었으나...살려주세요 니챤식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어요

익명님의 댓글

익명 #347522 작성일

콰득, 소리가 들릴 듯 했다. 사니와는 지금 제 목덜미를 강하게 깨문 남사를 밀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그의 눈빛에 깃든 연정과 집착이 뒤섞인 질척한 빛 때문이었을까. 공포 때문이었을까. 그에게서 느껴지는 희미한 재액의 기운 때문이었을까. 피가 흐르길 바라는 듯 송곳니로 목덜미를 잘근잘근 깨물어댐에도 사니와는 그의 어깨를 겨우 붙잡은 채 밀어내지 못했다.

 

"주인은 이 아비의 것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

 

나긋하다 못해 섬뜩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사락. 목덜미에서 입을 뗀 코가라스마루는 자신이 남긴 흔적을 손가락으로 몇 번 매만졌다. 붉은 낙인이 참으로 곱구나. 혼례복은 이미 준비해 두었으니, 곧 주인은 완전히 내 것이란다. 그 날이 기다려지는구나.

 

그 말을 끝으로 코가라스마루는 사니와의 곁을 떠나 방으로 돌아갔다. 사니와는 벽에 등을 기대고 못 다 내쉰 숨을 급히 내쉬었다. 틀렸다. 그는 이미 재액에 잠식되어 진실도, 사니와의 의사도 무시한 채 사니와를 옭아매려 했다. 미츠요, 오오덴타 미츠요. 공포에 감싸여 흐려진 푸른 눈으로 제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어서, 저를 구해주십시오. 제발.

 

덴타사니코가.....라는 개막장 조합 삼각관계집착파멸이 보고싶엇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망해버림..........

익명님의 댓글

익명 #347526 작성일

멀리서 보면 사랑인 듯 싶었다. 그들은 본인 나름의 방법으로 사니와를 사랑한, 다고 믿었다. 사니와의 초기도인 하치스카 코테츠는 근시로서 주인의 곁을 믿음직하게 보좌했다. 헤시키리 하세베는 주군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알레르기가 있는 주인을 위해 요리뿐만 아니라 식재료까지 신경써서 장을 봤다.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현세에 들릴 때마다 주인의 취향에 맞는 옷이나 신발을 사오곤 했다. 카센 카네사다는 주인을 위한 와카집을 쓰고 사요 사몬지는 손수 화관이나 꽃반지를 만들었다. 아와타구치의 단도들은 업무에 몰두하는 주인에게 이런저런 혼마루의 소식을 전달했다. 헤이안 시대의 오래된 검들은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로 지친 주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2068 작성일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말고 버려주길 바래."



식사를 하던 도중에 사니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발언으로 인해 도란도란하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초기도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를 선두로 모두가 한 마디씩 항의의 말을 얹었다. 사니와는 그런 그들을 의문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맞는 말 아닌가? 대신 나도 그럴테니까 폐 끼치지 않게 서로 잘 해보자고."



그의 눈이 예쁘게 접혔다. 그 얼굴을 본 도검남사들은 벌린 입을 꾹 다물었다. 저 자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타일러도, 화를 내도, 나무라도 전혀 바뀌질 않는다. 그의 말대로 우리도 사니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니와는 어째서 저런 말을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일까? 문장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입장은 일절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 암울한 분위기를 깨고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사니와의 연인인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였다.



"너는 정말로 우리의 마음을 모르는구나."



그 목소리는 마치 깨지기 직전인 유리와도 같았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2097 작성일

[도움]아와타구치로 편입되게 생겼다[요청]





1

이렇게 쓰면 되는걸까 사니챈은 처음이라 어쨌든 제곧내 제곧내!!!!! 나는 인간이다 아와타구치 후손도 아니야 편입시키지마ㅏ



2

제목 뭔일



3

제목은 둘째치고 사니챈 처음이라니 설마 늅니와?



4

뉴비다



5

뉴비뉴비



6

사니와 아니 아직은 민간인



7

>>6 뭐?



8

민간인이 여길 어떻게 들어와



9

견습이랄까....일단 사니와 예정자 18세되면 바로 사니와로 부임예정.... 지금은 언니 혼마루에서 교육중이다



10

18세를 바로 부임시키다니 정부 블랙



11

근데 그런애가 여긴 뭔일이냐 견습이면 아직 초기도도 없지않나 그런데 로얄임?



12

일단 길어질듯하니 고닉부터 달까 견습이 이런 스레 세울정도면 역시 로얄이려나



13 센

>>12 정답 로얄뿐만 아니라 나키기츠네랑 협차 둘이랑 호쵸까지 나선게 문제지만

하 호쵸 토시로 너는 믿었어



14



15



16



17



18

센쨩 포기하고 제복 사이즈나 맞추는게 어떨까



19

아니 근데 왜 하필 호쵸?



20 센

>>18 싫어

>>19 내가 언니네 호쵸 엄청 나데나데하고 예뻐함 오죽하면 언니가 나 사니와될때 호쵸 데려가라고 할정도로



21

스레주 스게



22

아니 그래서 스레주 대체 뭔일이냐



23 센

이 일은 언니네 이치고가 내가 호쵸랑 낮잠자던걸 목격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로 시작되는 센의 사랑과 우정과 배신과 덕질이 난무하는 우당탕탕 아와타구치 탈출기....지만 니챤식 너무 어렵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3915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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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리고 싶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완성 안할거 같아서...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5793 작성일

"........라는 것입니다!"

 

"저기......제가 연성이랑 에버노트 외에는 세줄 이상 읽지 않는 21세기 인간이라 그런데 세줄 요약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한 마디로. 당신의 덕질이 남사의 힘이 됩니다!"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408544 작성일

잠깐 이거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 단 세줄만에 어마어마하게 흥미진진해졌는데 다음 내용이 없다니...!!!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6355 작성일

"네 놈만 없으면...주군께서 돌아오실 거다...!!"

"컥...니, 니 주인 돌려줄게!!"

"뭐...?"

"내가 정부에 연락한다면, 정부가 네 주인을 만나게 해줄거야! 나 의외로 좀 높은 사람이거든...!"

"정말인가?!"

"NO!"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헤시키리 하세베가 주먹에 맞아 날아갔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 같으니..."



사니와는 아까까지 잡혀있던 목을 문지르며 주먹을 털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9076 작성일

 

늘 찬란하고
따스한 햇볕이 들고 벚꽃이 만개하여 우화가 내리는 혼마루의 주인은 헤이안 남사들과 맞먹을 정도의 연식을 자랑하는 고룡이였다. 역수자들과 싸움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 전쟁에 참여해왔던 이 고룡의 특이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을 잘 받아드리고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혼마루를 뒤집었던 사건도 이 고룡의 특이점에 있었다.



고룡은
원래 우구이스마루와 다도, 고룡 식의 표현을 쓰자면 티--임을 즐겼다. 우구이스마루는 혼마루 내에서 강경 차파 라고 불리는
도검답게 늘 질 좋은 녹차를 마셨고 고룡은 새로운 문명을 사랑하는 용답게 매번 차의 종류를 바꿨다. 때로는
우구이스마루와 같은 녹차였다가 어느날은 핸드-드립--피라는 말하다가 혀를 몇번 씹을 서양의 탕약 같은 차였다가 얼마 전에는 밀--티라는 완성된 차에 우유를 섞는 특이한 차까지 준비해왔다. 여기까지는
모든게 괜찮았다. 다른 남사들이야 상대방이 마시는 차에 흥미를 가질지언정 지적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우구이스마루도 그저 특이한 차구나. 하고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고룡이 눈을 반짝이며 담당자에게 받아온 것은 말랑하고 잘 뜯기는 길쭉한 포장지에
담긴 것은 바로 인스턴트 커피였다.



 


 

 

쓰다가 힘들어서 포기한 거...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9186 작성일

"타이코가네 사다무네."



"응!"



"니가 오사후네 조상 할배의 방에 침입하기 위해서는 나랑 다른 남사들의 협력이 절대적이야."



"어.. 응?"



의아하지만 일단 수긍은 하면서, 그러나 이해는 잘 안 간다는 목소리로 타이코가네가 대답했다. 시이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기 위해서은 가장 중요한게 하나 필요해. 촛대놈 자식을 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도구라서, 그건 아마 너 말고는 구하기 힘들거야."



"뭐, 뭔데..?"



묘하게 가슴이 들뜨는것을 느끼며 타이코가네는 반짝이는 눈으로 시이를 올려다보았다.



"학새ㄲ..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지금 어디서 장난을 치고 있는지 알아?"



"..엥?"



*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이 혼마루에서 가장 장난기가 넘치다못해 흘러내릴지경인 남사였다. 그것은 이 혼마루만이 그런것이 아니라 츠루마루 쿠니나가의 성격을 만드는데에 일조하는 한 부분이었으며 어느 혼마루든 상관없었다.



"아, 츠루씨! 여기있었어?"



창고근처에서 지붕위로 걸쳐져 있는 사다리위로, 타이코가네가 뿅 하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기와가 있는 지붕위에서 마치 학처럼 우아하게 균형을 잡은채로 츠루마루가 빙글, 타이코가네를 돌아보았다.



"아아, 사다보인가. 미츠보한테 소리치던건 끝났어?"



"어, 응.. 뭐랄까.. 일단 중단..? 일시중지..?"



계획은 시이가 세웠으니 그 정확한 계획은 모르고 미츠타다를 만나기위한 밑재료(?)로 츠루마루가 필요하다는 것만은 알고있었다.



하지만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사니와와 대면하는것을 싫어했다.



시야에 들어오는것이나 다른 남사들과 대화하는것은 지켜보아도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것은 극도로 기피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타이코가네는 슬쩍 밑을 보았다.

시이가 질겅질겅 도라지를 씹으며 쥬즈마루와 하세베, 아오에가 잡아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꿈에서 본다면 악몽이요 소설에서 본다면 최악의 적이 등장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타이코가네는 몇번이고 속으로만 미안하다고 외치며 슬쩍 머리를 숙였다.



"..사다보?"



"미안, 나다."



"!"



보지않아도, 자신대신 머리를 내민 시이에게 향하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것은 피부로 전해지는 공기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몇번이고 미안하다고 외치면서 타이코가네는 재빨리 사다리를 내려갔다.



"......."



"......."



잠시 말 없이 서로 노려보기를 지속하다가, 먼저 눈을 돌린것은 츠루마루 쿠니나가였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듯이 몸을 돌려버려, 보는 사람이 오히려 화가 날 지경이었다.



"야! 츠루마루 쿠니나가! 난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온 거거거든?"



"난 할 말 없네만."



"너도 안대놈 얼굴은 보고 싶을 거 아냐? 난 안대놈이 가진 식료품에 볼일이 있으니 공통으로 할 사항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미츠보를 보고싶어한다는걸, 어떻게 자신하지?"



"내가 '사니와'니까."



가시돋치고 쌀쌀맞은 츠루마루의 말에도 당당하게 시이는 대답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시이는 말을 정정했다.



"아니, 내가 '사니와'였었으니까."



"..지금도 사니와일텐데?"



"아니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이는 부정했다. 주먹을 꼭 쥐고, 시이는 그 이유를 말했다.



"사니와는 '혼마루'에 거점을 두고 '도검남사'들과 같이 시간을, 역사를 지키는 존재야. ..하지만, 나는 아니야."



주먹을 꼭 쥐고서 어딘가 분한듯이 시이는 말을이었다.



"난 내 '도검남사'들이 버린 존재야. 나의 '도검남사'같은게 있을 리 없어. 내 '혼마루'? 그건 어디있는건데? 내 담당자가 준비해 준 혼마루로 가려다가 너희의 혼마루로 사고로 흘러들어온 '영력을 가진 일반인'. 그게 지금 내 신세야."



"!"



밑에서 시이를 기다리고 있던 쥬즈마루와 하세베도 그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였었던'나니까 알 수 있어. 4년동안 네 동소체와 오사후네 할아버지의 모습을 물로보아온건 아니거든. 저 퍼렁머리애기가 얼마나 안대새끼를 아끼는지, 팔의 용문신있는 놈이 니들을 말없이 속만 썩히며 걱정하는지, 100%는 모르지만 8, 90%는 나도 알 수 있다고 자부 할 수 있어."



"..정말 '버림받은'모양이구만."



"이렇게까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날 찾지 않는데 이상한거 못 느꼈어? 그리고-"



"!"



시이가 팔을 앞으로 뻗어 허공을 몇번 휘젓더니 작은 날벌레를 움켜잡은것처럼 허공을 쥐고 천천히 손을 폈다.

시이의 손 위에 있는 줄들은, 거미줄같이 얇은 실이 중간이 모두 끊어져있어 한쪽 끝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끝은 시이에게로 연결되어, 마치 머리카락처럼 그 실이 시이의 몸 자체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내가 직접 끊어버렸어. 날 버린 ##것들의 인연 전부를."



"..독하구만, 자네는."



"칭찬 고마워."



츠루마루의 감탄사와 다름없는 말은 깔끔히 무시하고 시이는 그 인연의 증거를 먼지를 털어내듯 공중에 털어내고 츠루마루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그 눈동자에,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자신들을 버린 사니와가 떠난 이후 처음으로 인간의 두 눈을 마주했다.



"나한테 협력해, 학할배. 꼬맹이 안대 도령놈한테 곧바로 데려다줄테니."



"..하핫."



자신이 친 장난때문이 아니더라도 웃어본 지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이 까무룩했다. 분명 이 1년 반 사이에 웃은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텐데, 이 사니와가 오기전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이 표정근육이 오랜만에 움직인다고 쉽게 피곤함을 호소했다.

츠루마루는 시이에게 다가갔다. 언제 남사들이 돌변해 해칠지도 모르는데 도라지나 칡따위를 씹어먹으며 자신에 원하는 바를 얻기위해 다른 남사들에게 스스럼없이, 위험을 무시하고 달려드는 이 사니와를 무엇이라 칭하면 좋을까.

그 공포가, 두려움이 훤히 보이는데도, 자신들과 마주하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계속 보고싶어졌다.



"꼭, 불나방같기도 하구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시이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9211 작성일

"안녕, 주인! 나는 고키부리오시야!"

"하에토오시입니다..."

"쿠모카리토리에요!"



.....어째서일까.

자신을 쿠모카리토리(거미수확하기)라고 칭하는 우리 집안의 유물 조선낫은 그렇다쳐도, 바퀴벌레를 잡을 때 쓴 휴지와 어릴 적 파리를 꿰뚫어죽일 때 쓴 볼펜은 왜 츠쿠모가미가 된 거지?

익명님의 댓글

익명 #359230 작성일

"저도 모두를 사랑해요. 하지만 이 사랑은 모두가 흔히 말하는 당신들이 원하는 연인의 사랑이 아닌,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이에 대한 옅은 호기심과 제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의 집착에서 비롯된 사랑임을, 저 스스로 알아요. 그러니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랑에는 언제가 되어도 답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지금은 그걸로 괜찮아. 나는, 우리는 계속 주인의 것이니까. 언제가 되어도 기다릴 수 있어. 우리는 오래 살았고, 주인은 아직 서른 해도 살지 못했으니까 아직 모를 수 있어. 이해해. 우리는 주인이 마음을 받아줄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가르릉,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눈을 휘어 웃으며 바라보는 표정에 차마. 차마 나는 다음 생이 되지 않는 한, 내 숨이 다하고 내가 다른 이가 되지 않는 한 당신들이 말하는 '그런'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차라리, 차라리 상처를 주는 일이라 하여도 그때 말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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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59448 작성일

 

코우메님!”



 

오랜만에 만나뵙는 귀한 분이다. 연락이라도 주셨으면 곱게 단장해서
만나뵙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며 치히로가 다가서려는 순간, 누군가가
빠른속도로 앞을 막아섰다. 휘날리는 망토자락 사이로 보이는 푸른 안감.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 오늘 자 근시인 야만바기리 쵸우기였다.



 



쵸우기? 무슨일이야?”



 



주인, 물러서라.”



물러서라 말한 쵸우기는 그대로 본체를 뽑아 코우메에게 겨누었다. 뒤에서
치히로가 뭐라 소리치는것이 들렸지만 쵸우기에게는 눈앞에 있는 자가 더 중요했다.



 



쵸우기가 겨눈 검을 보고 코우메는 아무말 없이 웃었다.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오싹할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감히, 누구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냐?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구나.”



 



네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 중요한것은,”



 



당장에 라도 코우메를 짓씹어 버릴 것 같은 어조로 말하는 쵸우기의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은채 한번도 본 적없는
강렬한 적의를 품고있었다.



 



네가 주인을 우리에게서 빼앗으려 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자는 이 기묘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모형정원을 부수러
온 자 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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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61373 작성일

"더는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카슈 키요미츠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계속 닦아내며 생각했다. 서럽게 혼자서 우는 그를 그 누구도 와서 위로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그건 아마 그에게 괜찮다고 말할 자격조차 가진 사람이 없어서 일 것이다. 모두 다 하나같이 처지가 같았고 모두 다 똑같이 병들었다. 그리고 모든 건 자신들이 자초한 일들이었다.

 

 붉은 고개를 들어 별 하나 없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슴 아픈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언제나 상냥하게, 부드럽게 웃는 여성을 떠올렸다. 그렇게나 못되게 굴었는데도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주인이었다. 아무리 무시했어도, 칼날같이 날카로운 말들로 베고 찔러도 언제나 웃으며 카슈 키요미츠라는 이름을 불러주던 주인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냥 미웠는데, 끝이 없는 그녀의 상냥함에 우리 모두가 결국에는 지고서 그녀가 내밀어 준 손을 잡을 때였는데. 과거의 저질렀던 부끄러운 실수들을 반성하고 그녀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세상은 잔인하게도 그런 자신들에게서 주인을 뺏어갔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의미는 없었고 남은 건 저주같이 깊이 박혀버린 죄책감이라고 불리는 고통뿐이었다.

 

 "미안해 주인. 잘못했어요.......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다시 한 번만 나를 불러줘.."

 "카슈 키요미츠."

 

 그때였을까. 그립던 온기가 어깨 위를 감싸며, 쉴 틈없이 머릿속에 맴돌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라며 뒤를 보니, 거짓말처럼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서 있었다.

 

 "왜 울어? 무슨 일 있었니...?"

 "............"
 "요즘 계속 울더구나.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하렴. 내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니?"

 "주인...... 진짜 주인이야?"

 "뭐라는 거니. 그럼 나 말고도 또 주인이라도 있는 거니?"

 

 빙그레 웃는 그녀의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카슈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와, 정말 주인이다. 진짜 주인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애처럼 우는 자신을 당황하며 안아주는 그녀의 품에 안겨 카슈는 말했다.

 

 "주인, 미안해.. 우리가 그동안 너무 못되게 굴었지? 나는 왜 그랬을까? 나 정말 후회하고 있....." 

 

 자신도 주인을 안으려고 그녀의 옷깃을 잡은 그 순간, 잡히는 건 허공뿐이었다. 따듯하던 온기는 어느새 사라져 버린 채 그를 감싸는 건 오로지 서늘한 밤바람이었다. 역시 환상을 본 것이었나? 하긴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어올 수 없었다. 잠시 상황파악이 되지 않던 카슈는 멍하니 서있다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

 

"키요미츠, 너 어제 밤에 울었니?"

"엉? 그런 일 없었는데? 또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거야?"

"그러니? 그럼 역시 꿈인 건가....?"

"주인이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래."

 

  그래. 역시나 개꿈이었나보다. 사니와는 그저 웃으며 어젯밤에 꾼 꿈을 잊기로 하였다. 그냥 이상한 꿈이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서글프게 느껴지는 정말 황당한 꿈.

 

 

  이거 연성하다가 산새 된 글인데 나중에 한가해지면 다시 리메이크 하고 싶다......... 근데 봐줄 사니짱들이 있으려나...? ↑▽↑ (관종사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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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61399 작성일

나!!나!!누워있으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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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61418 작성일

으잌ㅋㅋㅋㅋㅋㅋ. u/////u 사니찡 아리가토우 ㅠㅠㅠㅠㅠㅠ 나중에 리메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께! ㅠㅂ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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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0783 작성일

[..불렀어?]



생각보다 빨리, 한 명이 쭈볏거리며 고개를 내밀며 시계에서 빠져나와 누이구루미 사이즈가 되어 식탁위에 섰다. 그 뒤를 여러 도검남사가 걱정스러운 듯 시계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와 그 한명을 지켜보았다.

..아니 너 말고.

넌 어제 다 나았다고 해도 피로라던가 누적되어있을거 아냐.



"넌 어제 다쳤잖아. 많이. 꽤 심하게. 씁. 말 끊지마. 다 나은거 보면 알아. 너한테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너는 피곤해보이고 많이 힘들었을 거니까 너 말고. 너 보호자 있으면 걔 불러와."



내가 자기한테 미가 다친 책임을 물을 거라 생각했었던건지, 어제 그 꼬맹이.. 타이코가네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언가 말을 하려는 것 처럼 입을 뻐끔뻐끔 거리다 그냥 입을 다물고 뒤를 돌아보았다. 시계가 있는 방향을.

그러자 눈이 마주친 모노요시가 심각한 얼굴로 당황한듯 망설이다가, 굳이 이 남자.. 아니. 이 새@를 보내야 하나..? 싶은 눈으로 옆에 있는 분홍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백정장의 남자한테 흘긋 시선을 주고, 타이코가네와 눈을 마주쳤다.

둘 다 한 마음 한 뜻이 된건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뭐야 겉에 생긴건 멀쩡한데 쟤가 니 보호자 아니야? 옷 입은것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람 말 잘 듣고 인상 좋아보이는게 성격도 착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찾아올게요.]



[응, 고마워!]



..진짜 쟤가 니 보호자 아니야? 왜 다른 도검남사를 불러오겠다고 하는건데? 게다가 왜 엄청나게 기쁜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까지하는거야?



그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는 듯 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타이코가네는 절대 지목이라던지 지명이라던지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어째선데? 멀쩡하게 생겼는데!



"쟤가 니 보호자 아냐?"



[아냐.]



단박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단칼에. 빠르고 정확한 거절이다.



[다른 사다무네면 몰라도 킷코만큼은 절대 아냐.]



"이름이 킷코야?"



[왜 킷코냐면..]



분홍머리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내 귓가에 대고 말하려던 타이코가네가 행동을 멈췄다. 왜 킷코냐면, 뭐. 더 이상 왜 안 말하고 가르쳐줘야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하는건데. 감질나게 만들어놓고 안 가르쳐주는게 더 나쁘거든?

아냐, 그래도 모르는게 더 좋아. 라고?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난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수도 있다?

..그건 참아달라고? 니가 미한테 혼나? 다른 사다무네, 라고 말한걸로 보아 쟤도 사다무네라는 니랑 같은 가족? 같은 거일텐데.. 미가 혼낸다니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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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0906 작성일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은 언제든 찾아온다.]



기억을 잃은 사니와의 이야기.



혼마루 전소 및 도파 소재 주의.



정부에서 긴급하게 어느 혼마루로 현장팀을 보냈다.

현재 정부에서 수배를 내린 재액신이 해당 혼마루 결계에 닿았던 기록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 곳에 도착했을 땐 혼마루가 큰 불길에 휩싸여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한시라도 빨리 도움을 줄 수 있을 법한 다른 혼마루 사니와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윽고 몇몇의 사니와가 도착해 겨우 불을 진압할 수 있었다.



불을 진압한 후에 본 그 곳은 더이상 혼마루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그저 건물이 있었다는 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전소되어 잿더미가 되버린 것을 알면서도 혹여 생명의 끝자락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 혼마루 이곳 저곳을 뒤져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채 결계 안에 있던 사니와를 제외하곤.



그들은 결계를 해제하고 급히 응급처치를 한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사니와가 며칠을 꼬박 격통과 열병에 시달리다 겨우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기억 또한 전소된 상태였다.



라는 글이었는데 기억 잃은 사니와가 기억 찾아가면서 남사들 하나씩 현현하는 느낌의 글을 쓰고 싶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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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0910 작성일

이름에는 힘이 있다고들한다. 요컨데 사니와명이란 일종의 주술이었다. 사니와로써의 '이름'. 사니와 명을 지음으로써 사니와가 아닌 자신과 사니와인 자신을 구분 짓게 된다. 그럼 자연히 사니와일때는 영력이 더 강해진다거나 주술이 더 잘 써진다거나 하는 미미한 효과가 있다. 보통 혼마루에서는 그렇다~ 하는 식으로 알고 있는 미신의 정체는 이런 이야기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름에는 힘이 있다. 사니와 명도 마찬가지였다. 사니와로써의 이름을 빼앗기면 있던 영력도 못쓰고 완전히 일반인과 다름없어진다. 시간정부는 이런 점을 이용해 소위 블랙이라 부르는 사니와를 처벌했다. 나역시 그런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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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0911 작성일

---하나코씨야!

네?



화장실의 하나코씨야! 몰라? 아무도 없는 여자화장실 세번째칸에 노크하면 네, 하고 대답이 돌아오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수도 있지~

진짜 있는걸까요? 무섭지만, 조금 보고싶어요

그럼 있지 내가 죽으면 거기서 기다릴게 노크하러 와줘! 그러면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갈래

정말요? 약속이에요!





-



약속했잖아



-



하나코씨를 발견한건 그녀의 사후로부터 한 세기정도가 지난 후였다. 현 주인인 사니와가 화장실에 뭔가 있는것 같다고 상담해온것을 계기로 하나코씨와 약속했던 남사가 그를 떠올린 건이었다.



남사는 문을 두드렸다. 하나코씨 하나코씨, 계신가요?

대답은 없었지만 문이 열렸다. 하나코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 나직히 말했다. 저주할거야. 와주지 않아서 갈 수 없었어. 여기서 계속 기다렸어. 갈 수 없었어. 갈 수 없었어... 저주할거야... 조용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말소리는 마치 우는 것처럼 보였다. 약속했던 대로 바로 왔다면 괜찮았겠지만 벌써 한 세기다. 그토록 오래 남아 있던 영혼이 멀정할리 없었다. 하나코는 계속 저주할거야 저주할거야 하고 중얼거리다 남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가 한 약속은 모두 이뤄질거야. 그게 어떤 방식이든지. 저주인가? 싶은 그 말을 마치고 하나코씨는 이제나마 가야할 곳으로 떠났다.



-



하나코가 남긴 것은 저주 인가? 싶을 정도로 유용했다. 그날까지는 말이다. 그날은 정부가 새로운 전장을 발견했으니 출진을 명령했고, 미리 듣기로는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버겁다  했다. 아와타구치의 태도는 출진을 나가는 제 동생들에게 말했다.



무사히 돌아와야한다



시간이 흘러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지고 출진 나갔던 부대가 돌아왔다. 아와타구치의 단도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간신히 정신만 붙잡은 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었다. 품에는, 부러진 제 본체를 안고 있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부러진 도검이 어떻게 여기까지 형체를 유지하고 온건지 알 수 없었다. 소식을 들은 아와타구치의 태도가 뛰어 나와 동생과 마주 하자, '부러졌다' 상태는 좋지 않았어도 현현해있던 아와타구치의 단도는 그 순간 산산조각 났다. 눈앞에서 펼쳐진 일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 말했다. 약속은 돌아오는 것 까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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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1162 작성일

카슈 키요미츠는 이미 죽었다.



그 날, 이케다야에서의 밤에.



참으로 통렬한 밤이었다. 무더운 공기가 온몸을 짓누르고 격한 움직임으로 호흡이 흐트러졌다. 한 번 오른 열은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오키타 소지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기침과 피가 쏟아졌다.



이 빠진 칼날을 타고서도 피가 흘렀다.



제 몸 하나도 추스리기 버거운 전장에서 무기의 상태까지 신경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나날이 가늘어진 카슈 키요미츠는 누가 보기에도 그 끝이 가까웠다. 오키타 소지도 그것을 알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케다야에 날 데려가준 걸지도 몰라."



머리끈 매듭을 만지작거리던 카슈가 말했다. 듣고 있던 사요는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주 접시와 술잔도 슬슬 바닥을 보였다. 카슈가 사요의 입에 말라빠진 감 조각을 넣어주었다.



정확히 어느 때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차피 오키타 소지도 카슈 키요미츠도 한계였다. 언제 쓰러져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길게 울리던, 파열음만은.

유난히도 선명했다.



카슈는 다시금 그 날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번득이는 뇌성 혹은 유리 파편이 튀어나가는 듯한 소리. 칼에 깃든 영혼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거기까지 밖에 가지 못했다는 후회는 있어. 그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분함도 있고. 아- 나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케다야의 여명."



마지막 남은 술을 찔끔 삼켰다.



"그래도 역시 미련은 없네."





어... 그래서 지금은 오롯이 사니와의 검인 카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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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1173 작성일

“하세베 나는,좋은 주인이 되었을까.”

“물론입니다. 주군을 섬긴 것이 내게는 분에 넘치는 행복이었습니다.”

“역시나 하세베는 상냥하구나.”

그녀의 머리 위에 하늘은 점점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조각이 되어 떨어지는 빛 가루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슬픈 빛을 띄었다.

“마치 눈 같구나. 눈 좋아하니 하세베?”

“이제는 싫어질 것 같습니다.”

“…나 말이야, 너를 좋아했었어.”

“…조금만 더 일찍 말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러면 더 아플 것 같아서. 더 슬퍼질 것 같아서….”

“너무하십니다. 이게 내게는 더 큰 아픔입니다. 더한 슬픔이에요. 이름을 알려주세요, 주군. 이대로는 보낼 수 없어요. 당신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게 이름을 알려주세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울고 있으면서, 얼굴이 온통 눈물 투성이인 주제에 웃는 당신이 너무 안타까워 손을 뻗어 눈물을 지웠다. 하지만 지우고 지워내도 그것은 끊임없이 흘러 장갑을 적셔갔다.

“하세베 나는 이곳에 풍경을 한 번 더 와서 오래 동안 너와 보고 싶어. 나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게. 그러니 이름은 다음에, 다음에 우리가 또 만난다면 그때는 말해 줄게.”

확고한 당신의 의사에 나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넘쳐오는 눈물을 금방이라도 당신 앞에서 쏟아내 버릴 것 같아서.

“기다리라고 하신다면 언제까지나, 당신이 좋아하는 이 풍경에서 당신을 맞이하겠습니다.”

하얀 장갑에 차가운 눈물 자국만을 남긴 채 당신은 사라져 버렸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서 며칠 뒤, 그 해에 첫눈이 내렸다.

그때의 그 빛가루와는 반대로 차갑고 손에 닿으면 금방 녹아들어 물이 되었다.

이따금씩 빛을 내며 떨어지는 눈 결정을 자세히 바라보면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우고 나는 그것을 미워하기로 했다.

나는 당신의 충직한 검이니까.

나는 당신이 사랑한 검이니까.

나는 당신의 하세베니까.

당신과의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그것을 사랑할 수 없었다. 계절은 돌고 돌아 또다시 겨울이다.

몇 번을 당신이 오길 고대하며 해를 넘겼는지 이제는 그것마저 세어보지 않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다. 당신이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의심해본 적 없었다. 하늘보다 더 존귀한 당신이 내게 한 약속이므로 천년이든 만년이든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보다 함께할 앞날이 더 길 것을 확신하며, 당신이 웃으며 돌아올 것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그렸다.

문을 여니 정원가득 소복히 눈이 쌓여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싫어한다. 오래 동안 스스로를 세뇌한 결과인지 나는 그것을 질색할 정도로 싫어하게 되었다.싫어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그것을 보고 있으면 당신을 앗아갔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니까. 사라져가는 당신을 잡을 수 없었던 무력하기만한 자신을 깨닫게 되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환복을 마쳤다. 오늘은 새로운 사니와가 오는 날이었다. 벌써 마흔아홉 번째였다. 문 앞에서 내가 오길 기다리던 신입 사니와의 모습을 작은 키의 여성이었다.

“이번에 온 사니와예요! 잘 부탁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쾌활한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호응은 없이 그저 딱딱한 태도로 맞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쪼르르 나를 따랐다.

“이 혼마루 300년이나 되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주인을 기다린다면서요? 300년은 너무 오래 기다린 거 아니에요? 그냥 다른 주인을 받아들이지 그래요? 저라던지?”

“…싫습니다.”

흔한 도발에 무너지지 않고 참는 법을 배웠다. 그것이 300년 동안 거쳐 간 사니와들의 숱한 비난 속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당신이 사랑한 이곳을 지켰던 나의 인내의 결과였다.

“왜 기다려요? 300년이나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나요? 그 여자보다 나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장 연련장만 가도 그것보다 잘난 여자는 세고 셌어요. 바보예요?”

“뭐라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꽉 막혔네요. 인간은 100년도 채 못 산다는 거 몰라요? 그 주인 어차피 죽었잖아.”

용납 되지 않는 입놀림에 나는 망설임 없이 발도하여 그녀의 몸에 검을 겨눴다.

“함부로 더 입을 놀리지 마십시오.”

목전에 바짝 검 날이 다가왔음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 말을 이었다.

“이래서는 그 주인이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네가 참견할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름의 대가로는 너무 과분하잖아.”

“…!”

“아, 다시 내리기 시작했네.”

말을 하던 그녀가 정원 쪽을 바라보며 말하기에 돌아보니 하얀 눈이 내려왔다. 그녀는 어느 새 정원으로 나가 손을 뻗어 내리는 눈을 받아냈다. 그녀의 손 안에 눈은 체온으로 금세 녹아 들어갔다. 그것을 잠시 보고 있던 그녀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미소 지으며 물었다.

“하세베, 아직도 눈이 싫어?”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서 있는 눈앞에 풍경들이 모두 뿌옇게 흐려져 갔다. 넋을 놓고 그것을 보고 있다가 그녀가 그 뿌연 배경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져서 급하게 눈가를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눈앞의 당신에게서 떼어지지 않았다.

아직, 아직 그대로의 당신이 서있다.

나는 다시 눈앞이 흐려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좋아하게 됐습니다.”

내 앞에 선 당신이 천천히 나에게로 돌아서서 그림같이 미소 지었다. 시간이 멈춘 듯이 그 장면은 아주 느릿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나도 많이 좋아해, 눈도 그리고 하세베도.”

나는 들고 있던 본체를 내팽개치듯이 손에서 놓고 곧장 달려가 당신을 품에 안았다. 그녀는 안긴 상태에서 손을 빼내어 팔이 붙들려 있어 조금은 어설픈 손짓으로 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그 말에 나는 더 꽉 그녀를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분에 넘치는 기쁨이었습니다.”

머리 위로 하염없이 내리는 그것을 나는 기꺼이 받아 들였다. 나는 이제 눈이 내리는 이 계절과 이 시간을 사랑하겠지. 당신을 다시 데려온 이 새하얀 겨울을,

그리고 이 새하얀 밤을.

영원토록.

 

헤시사니 제목은 백야로하려고 했는데 더 안쓸 거 같아서 좋아하는 끝부분 버림

익명님의 댓글

익명 #381217 작성일

"증오스럽냐고? 그래, 증오스럽다!! 초기도도 아니면서 단숨에 주인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 모습도, 주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그 목소리도, 그래놓고서 그 여자에게 홀려 끝내 주인을 버린 그 놈의 모든것이 전부!!! 전부 증오스러워서 견딜수가 없다. 사랑한다 말했으면, 행복하게 해주겠다 말했으면 끝까지 지켰어야지. 그래서 베었다. 그래서 하치스카 코테츠를 베었고, 그녀석을 홀린 그여자를 베었다."





심한 상처때문에 당장에라도 부서질것같은 몰골을 하고서 재앙신은 울부짖었다. 온갖 부서진 감정들과 증오로 점칠된 그 말들은, 처참하다는 말이 어울릴것 같은 절규였다.



연성하다 산새된거 마지막부분.... 레겜이라 안쓸수도 있지만 최종보스 확정인애라 쓸것같았어

익명님의 댓글

익명 #381641 작성일

[헤시사니] 예전에 연성하다가 막막해져서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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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이 흐드러지던 봄날 오후였다. 따사로운 봄날 햇빛을 받고 희뿌옇게 빛나 보이는 보라색 꽃잎이 퍽 부드러워 보여,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때때로 부는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고, 앞머리가 이마를 간질였지만 개의치 않고 이 순간만의 봄날 풍경을 한눈에 담았다.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넋 놓고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건 자신답지 않은 짓이었다. 그만 되었다, 싶어 발꿈치를 돌려 자리를 옮기려고 했을 때다.

 

헤시키리 하세베씨.”

 

새로운 주군이다.

자신에게 인간의 몸을 부여해준 자. 단순한 도구였던 그에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사지를 주었다. 세상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녀가 준 육신 덕이다.

가령, 그답지 않게 꽃에 정신이 팔려 있던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하세베, 라고 불러주십시오, 주군.”

어머, 그랬지. 미안해요, 하세베씨.”

그 경칭도, 거두어 주시길.”

 

너무 딱딱했나. 새로운 주군은 자신의 가슴께에 겨우 올까 말까할 만큼 작고 호리호리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위압감을 줄 수 있는데, 너무 딱딱하게 말한 것 같다. 뒤늦게 아차 싶어 속으로 혀를 찼다. 곧바로 말을 덧붙이려는데 그녀가 무엇이 재밌는지 쿡쿡 웃는 통에 하려던 말도 잊었다.

 

그래요, 하세베.”

 

별 것 아닌 말. 경칭을 거두어 달라 부탁했고, 그녀는 웃으며 흔쾌히 정정했다.

지극히 평범한 대화인데 어째서인지 목 안쪽이 퍽퍽해졌다. ,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해본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

 

사니와의 집무실. 곧 해가 저물고 사위가 깜깜해질 시간임에도 그의 주군은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서류와 싸우고 있었다. 주군, 차를 한 잔 가져올까요. 일 하시는데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넌지시 여쭤보니 고개를 대충 까닥이신다. 어깨가 뻐근한지 어깨도 통통 두드리신다.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차를 달여 와야겠다.

 

차를 가지고 오자 때마침 일이 다 끝난 모양이었다. 기지개를 쭉 펴다 방에 들어서던 그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녀는 기지개를 펴다 말고 잽싸게 손을 내리고는 헤헤 웃었다.

신경 쓰지 마시고 마저 펴시지요. 라고 하면 더 멋쩍어하겠다. 그냥 못 본 척 눈을 내리깔고 찻잔을 사니와 앞에 내려놓았다.

 

웬 차야?”

아까 여쭤보았습니다. 차를 한 잔 가져올까요, 했죠.”

, . 그래서 내가 그러라, 했고? 내가 정신이 없었어. 미안해.”

아닙니다. 식기 전에 드시지요.”

. 고마워.”

 

양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하아, 하고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하고 씩 웃는 그 얼굴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귀엽다니.

감히 하늘같은 주군께.

무심코 든 생각을 얼른 내쫓으려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그의 주군은 묘령(妙齡) 의 앳된 아가씨였으나, 이 본성(本城)을 다스리는 주군이셨다. 그저 생각일지언정 허물없는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었다.

갑자기 고개를 흔든 게 이상해 보였는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닙, 크흠, 아닙니다.”

 

급히 대답하려 한 게 문제였나. 쇳소리가 나와 당황했다. 이래서야 뭐가 아니라는 건지.

 

뭐 숨기는 거라도 있나?”

 

그녀가 눈을 흘기며 짐짓 물었다.

 

그럴 리가요. 그냥, 다른 생각을 좀.”

후후, 이제 날 앞에 두고 다른 생각도 하네.”

 

별 의미 있는 말은 아니시다. 장난스러운 목소리. 아는데, 아는데도 가슴 언저리가 소란스러워졌다.

 

차 식겠습니다.”

 

괜히 싸늘한 어조로 딴 소리를 했다. 주군께서는 신경도 쓰지 않으시고 네, . 하며 차를 홀짝이신다. 딱히 억울할 것도 없을 텐데 괜스레 억울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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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1650 작성일

공지 : 주께서 선을 보신다고 하신다



주의 1번검 :

안 읽는 놈도 재깍 읽어라.

주께서 선을 보러가신다고 한다.



예쁜 토시로 :

그걸 하세베씨가 어떻게 알아



두꺼운 토시로 :

거의 24시간 붙어있는 시나노도 모르는 일이라는데



약의 토시로 :

출처는 어디야? 제대로 믿을만한거야?



쌍둥이 토시로1 :

하세베씨, 소우자씨가 코웃음치면서 웃기지마시라는데요



쌍둥이 토시로2 :

니혼고씨도 안 믿는 분위기세요



호랑이 아와타구치 :

하세베씨.. 밭 내번중에 어디가셨어요..?



최고의 큰 형 :

하세베씨? 지금 제 동생에게만 내번을 맡기신겁니까?



뼈냠냠 :

나마즈오가 마번을 탈주했어, 이치형.



최고의 큰 형 :

나마즈오는 갑자기 왜 그런건가요?!



가을밭 토시로 :

아, 나마즈오형이 복도를 뛰어가는걸 방금 봤어요!



노래하는 여우 :

잡았어.



주의 1번검 :

감사한다. 지금 주에게 확인하러가면 안 됀다.



돈의 토시로 :

왜 하면 안디야?



부엌칼의 토시로 :

이치형! 나 부엌에있는 사탕먹어도 돼?!



최고의 큰 형 :

미츠타다님께 허락받으면 먹어도 된답니다.



주의 1번검 :

여기서 그런 대화하지마라!



귀한 토시로 :

하세베씨, 나도 모르는 정보를 어떻게 알아낸거야?!



예쁜 토시로 :

응, 그건 꼭 대답해줬으면 해.



주의 1번검 :

..내번중이기는 하지만 물어볼것이 생겨 집무실에 갔다. 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더군. 그때 주가 담당자와 스피커폰? 이라는걸로 통화하는걸 듣게됐다.

현세에서 선을 보러 가신다고 하더군.



두꺼운 토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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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3277 작성일

"이거, 받아."

짧은 말과 함께 내밀어진것은 붉은 꽃장식과 하얗고 빨간 술이 잘 어우러진 고운 모양새의 칸자시였다. 장인이 만들었을것이 분명한 귀한 물건이 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즈카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칸자시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 녀석도 인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짜증을 내리누르며 시즈카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주인을 모시는 여자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주인에게 줄 선물을 전달하게 시키는 이런 일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심지어 내밀어진 칸자시는 모시는 분께 어울리는 색상도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와닿자 가벼운 짜증이 분노로 탈바꿈하는것이 느껴졌다. 이번에야 말로 이런 녀석들의 뿌리를 뽑겠노라 다짐하며 시즈카는 입을 열었다.

"이전에도 몇번이나 이런녀석들이 있었지요. 그들 전부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돌려보냈는데 듣지 못하신것 같군요? 그렇다면 알려드리지요. 다시는 이런, 히메님께 드릴 선물을 저에게 전달시키는 일을 반복시킨다면 그때는 저와 싸움을 하겠다는걸로 알아듣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소하야노츠루기? 이 혼마루에서의 제 위치는 알고있겠죠? 선물은 받지 않겠습니다. 도로 가져가서 알아서 하세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제쪽으로 내밀어진 손을 떠밀어 상대쪽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확인한 상대의 얼굴은 제가 상상했던 짜증이나 분노, 성가시다는 얼굴이 아닌 난처하다는 얼굴이었다. 상상도 못한 얼굴에 시즈카가 놀라 굳어있자 복잡한 얼굴로 소하야가 입을 열었다.

"그, 칸자시. 주인이 아니라 너 주는건데..... 그런일들이 있었는 줄은 몰랐네."

".......네?
'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은 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시즈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하야랑 여사니와(신)을 모시는 권속인 주인공으로 로코? 인데 진짜..... 쓰고싶은데........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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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83542 작성일

사니와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딸이 코류 카게미츠와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거느리고서 환하게 웃는 이 상황 말이다.

  

 

지금....뭐라고 했느냐?”

 

 

어머니의 자리는 제가 물려받을게요. 사니와 일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휴식이 없었다는 건 제가 알고, 나가토가 알고,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하시는 아버님과 미츠요 공도, 어머니의 영원한 호신도일 사요 사몬지도 알고 있지요. 그러니 어머니, 이제 사니와의 자리는 저에게 넘겨주세요. 청소부의 일은 나가토에게 맡기시고요.”

 

 

그리 말하는 딸의 얼굴은 해사한 미소로 가득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부처를 유혹하는 마라와도 같아, 사니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혼마루가 어떤 혼마루인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그저 단둘이서 도착했던 시절을 넘어 갈등을 겪고, 싸우고, 사랑하며 몇십 년간 악착같이 유지해 온 혼마루였다. 딸도 아들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고, 사니와의 인생 절반을 이 혼마루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혼마루였다. 그런데 그런 혼마루를 간단히 딸에게 넘긴다? 그럴 수는 없었다. 사니와는 이곳이 집이고 고향이었다. 딸과 아들이 시간정부에 취직하거나 현세로 나가 살 미래를 생각했지 이 혼마루와 자신의 일을 물려준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럴 수는 없다. 너도 알 거야 미코토! 나가토가 아무리 츠쿠모가미로 태어났다 하여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원망과 증오에 잠식되어 미쳐버린 신을 그 아이가 어떻게 정화하겠느냐! 나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는 곳인데 그 아이를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어. 그리고 사니와의 일도 쉬운 것이 아니다. 미코토. 아비가 신이어도 너는 인간이다. 아무리 남사들과 친숙하고 전장의 혈향이 익숙하다 해도 그것이 사니와의 자질은 아니다. 이건 전쟁이야! 삼십년이 흘러도 끝나지 않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런 지독한 전쟁이다. 현세로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야습과 첩자들은 잊을 듯하면 찾아온다. 나는 너희에게 이런 자리를 맡기고 싶지 않단다...”

 

 

사니와의 목소리가 힘없이 떨렸다. , 미코토의 어깨를 억세게 부여잡은 사니와는 호통치듯, 그러나 애원하듯 말을 쏟아냈다. 잃어버린 유년기와 참혹했던 청년기를 거치고 남은 제 보물들을 도저히 이 잔혹한 전장에 내밀 수는 없었다.

 

 

어머니, 너무 걱정마세요.”

 

 

미코토는 자신의 어깨를 쥔 사니와의 손을 차분히 감쌌다. 속절없이 떨리는 사니와의 목소리와 달리 미코토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사니와의 손을 천천히 어께에서 떼어내 양손으로 꼭 붙잡은 미코토는 빙긋 웃고서 말을 이었다.

 

 

나가토는 어머니의 생각보다 훨씬 강해요. 미츠요 공을 닮아 영검으로 태어난 데다, 어머니를 닮아 강대한 영력과 뛰어난 주술 능력을 가졌어요. 거기에다 힘도 강하고요. 재액 역시 정화할 수 있어요. 오오하라 씨도 나가토의 실력을 칭찬했고요.”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에 폭풍 속 파도같던 사니와의 눈동자도 점차 가라앉았다. 사니와는 아비를 닮아 듣는 이를 차분하게 하는 미코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도 사니와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요.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역행군의 기습도 당해보고, 어머니가 역행군과 내통한 고위직의 얼굴을 책상에 있던 클립보드로 후려치는 것도 봤고요. 어머니가 전장에 나간 남사들을 지휘하는 모습도 봤어요. 초짜 사니와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게 저에요.”

 

 

사니와는 탄식을 흘렸다. 너희가 벌써 이렇게나 컸구나. 영원히 어릴 것만 같던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머니가 강한 건 알아요. 어머니는 많은 사니와들이 존경하는 사람이고, 여전히 능력있고, 죽어서도 꺾이지 않을 신념이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저희를 믿고, 어머니의 신념을 맡겨주시지 않겠어요?”

 

 

미코토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사니와는 말갛게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저를 꼭 닮은 그 푸른 눈을. 사니와는 결코 거절할 수 없었다.

 

 

“.......알았다. 다만 계승 절차와 몇 가지 문제들이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는 불가능하다. 그동안에 내가 너희에게 여러 가지 가르칠테니 기다리고 있으렴.”

 

 

사니와는 손을 뻗어 저보다 훌쩍 커버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비를 닮은 물색의 머리카락이 사니와의 손 안에서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준비할 것이 많을 듯 했다.

 

 

 

로 시작하는 사니와의 은퇴 후 휴가 라이프와 딸의 우당탕탕 혼마루 생활과 아들의 섬뜩발랄한 블혼정화기를 쓰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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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1431 작성일

자신을 걱정하는 녹색 눈과 마주치자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제야 굳어있던 머리가 돌아가고 현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구겨진 악보. 텅 빈 집.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하필이면 꼭 이럴 때 눈물샘은 주체가 되지 않는다니까.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조용히 사람들에게서 잊혀갈 삼류 드라마. 질릴 대로 질린 소재라고, 왜 저런 장면을 넣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던.





 악역을 맡은 조역이 내뱉을 법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왜 너야?!"

 "미라이…."

 "왜!!"





 왜… 왜 항상…….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미라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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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1432 작성일

흐드러지는 꽃잎이 네 볼을 스쳐지나갔다. 툇마루에 앉아 찻잔을 손으로 매만지는 손이 새하얗다. 너를 보던 미카즈키는 천천히 네 앞으로 다가섰다.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드는 표정이 말갛다. 내 이리 온 것을 알면 입꼬리나마 올려주면 좋으련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생각해버리는 이유는 그 심장 안에 담긴 것이 물과도 같은 은애의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짐승도 쓸려오는 물을 피하지 못하는데, 이 납덩이같은 몸이 어찌 그 수류를 피할 수 있겠는가. 몰려오면 오는대로 물에 잠길 수 밖에.  



미카사니를 쓰려고 했단 건 알겠는데 대체 뭘 쓰려고 한거야 두 달 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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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1433 작성일

이 혼마루의 사니와는 좀 미쳐있다. 다들 쉬쉬하지만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 같은 것이였다. 미친 분야가 병장기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사니와는 새로운 도검이 현현 가능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수많은 도검들을 전부 원정으로 떠나보냈다. 오죽하면 혼마루에 남는 이들이 3부대를 간신히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도검이였다. 그렇게 도검들이 바리바리 싸온 자원을 들고, 사니와는 단도실에 처박혔다. 그녀의 근시였던 야겐 토시로는 사니와가 그러는 것을 자주 봐왔다. 제가 현현되고 나서 보아온 그녀의 대부분의 일과가 업무 아니면 단도였으니 딱히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카센 카네사다는 사니와를 보고 도박중독자라고 불렀다. 단도도 일종의 확률 도박이였으니까. 그녀는 게걸스럽게 아침을 먹던 와중 응, 맞는 것 같아. 하고 인정한 뒤 다시 단도실에 처박혔다. 사실 야겐 토시로는 그녀가 원하던 검을 현현시키고 뿌듯하고 행복한 얼굴-대부분이 그것을 못생겼다고 평했지만-로 감격의 울음을 삼키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마치 제 동생들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간질거렸다. 물론 그렇게 지랄을 떨고나면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앓아누웠지만. (애초에 영력을 많이 소비하는 작업이다 보니 건강하기가 더 힘들었다.) 

 

야겐이 상스러운 말쓰는게 보고싶었던것(아닌가 야겐이 사니와한테 설레하는게 보고싶었던것 같기도) 같은데 명확하지가 않구나... 9개월전의 나 대답해줘 무슨생각으로 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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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1435 작성일

저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주인이 보여준 생생한 사진과 꼭 닮았구나, 미카즈키는 흙바닥을 걸으면서 생각을 했다. 이곳이 주인이 사는 시간선이라면, 적어도 그가 와야 할 곳은 아니었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일본의 역사의 큰 줄기. 그리고 미카즈키의 주인은 역사에 한 줄 이름조차 남지 않고 덧없이 사라져 갈 수많은 인간 중 한 명. 이곳의 역사를 수정해서 득 볼 이는 누구도 없었다.

바람이 부드득 가지를 꺾는 소리를 내고 나뭇잎이 살랑거렸다. 감미로운 햇살이 눈 한가득 들어오는 푸른색에 부딪쳐 반짝였다. 낮잠 자기 딱인, 좋은 날씨다.

"저어, 누구신가요?"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에 숨이 메였다.

움직이기 편하지만 살을 가리는 옷을 입은, 막 싱그럽게 영근 나무의 과실처럼 생생한 여인. 아, 미카즈키는 그녀가 그렇게 반짝였던 시기를 본 적이 있었다. 얼굴 없는 연인의 옆에 서 화사한 미소를 보이는 주인의 그림. 그이와 찍었던 사진이라 했던가.

주인은 우리에게 그 미소를 한 번도 비춰주지 않았지.

미카즈키는 푸른 옷소매를 들어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을 품속에 안았다. 인간을 여러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면, 지금 그녀의 모든 조각들엔 삶의 기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겠지. 꽃과 낙엽만 보아도 행복할 시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의 시대에는 이미 혼기를 채웠을 나이였다. 시간을 넘어서 주종의 연을 끌어당기고 뒤바꾼다. 주종이 아니었던 것처럼 속이고, 가짜 인연을 얽어맨다. 그녀가 도망칠 수 없게.

"낮잠 자기에 딱 좋은 날씨야, 그렇지 않은가."

투박한 흙바닥에 신기를 받고 자란 푹신한 잔디가 돋아났다. 미카즈키는 그녀를 껴안고 같이 잔디밭에 풀썩 넘어갔다. 어째선지 울고 있는 그녀의 눈을 옷자락으로 감추어 두고선,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 따스한 햇살을 놓치지 않으려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저, 이름이 뭔가요?"

혼란스러운 듯이 떨리기도 하고, 어쩐지 환희로도 가득 차 있는 목소리였다.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먼저 결혼의 연을 맺고 사랑은 그 후 언젠가를 기약하며, 그것이 오래되고 오래된 칼의 사랑하는 법이다.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이름을 대었다.

"츠키히코, 라고 한단다. 아키에."

그녀가 사랑하던 남자의 이름을.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그녀가 그리워했던 누군가를 밀치고 그 자리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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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7205 작성일

최근 우리 마을 근처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몇몇 사람들은 귀족들이 입을법한 화려한 의상이나 우리들과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죠. 모두 칼을 갖고 계셨으니 사무라이 분들이려나?

검은 옷에 안대낀 그분이 특히 잘생겼던데...앗, 이건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딱히 여기 근처에 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자주 찾아와요. 대부분 바삐 움직이시길래 가끔 음료수나 간식을 드리곤 하는데, 어떨 때는 고맙다며 받기도 하고, 또 어떨땐 괜찮다고 사양하셔요.

"항상 수고가 많으시네요!" 라고 말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말없이 웃어주시거나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주시거나 할 때도 있지만 무시할 때도 있어요. 말 걸때마다 반응이 다른게 마치 같은 모습의 다른사람 같기도 하고...



만날 때마다 일행분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본 적 있는 얼굴이 대부분이에요. 특이한 분들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닐거에요. 아, 나중에 그 안대 쓴 분의 이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도검남사들이 출진하는 지역 근처의 어느 마을사람과 정부직원의 인터뷰라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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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7221 작성일

○○월 ●●일



현현한지 대략 일주일이 지났다.

미츠타다가 일기라는 것을 써보는게 어떠냐고 건네주어서 일단, 적어본다. 겪었던 일을 적어두어 추억을 쌓아두는게 어떠냐면서...



xx국 ☆☆번 혼마루의 27번째 현현남사 오오쿠리카라.

아무리 어울리지않겠다고 했지만 여기 주인은 대놓고 나를 피하고있다.

처음엔 귀찮게 엮이지 않아서 편했다.

하지만 점점 위화감을 느꼈다.



오늘은 미츠타다한테 간식 전달 부탁을 받아 주인의 방에 접근했다가 우연히 다른 남사하고 같이 있는걸 보게되었다.

주인은 표정도 풀어져있고 거리가 가까워보였다.

하지만 내가 있는걸 눈치채자 바로 딱딱하게 변했다.

헤시키리조차한테도 편하게 대하면서.

여기 주인은 나보다 더 큰 인간남성이라 내가 무섭다거나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출진시키지 않은걸 봐선 내가 어딘가에 결함이 있는걸까.

이상한 점들을 적어두고 생각하려고 여기에 적는다.







같은 어쩌다 관찰일기() 적게되는 쿠리카라하고 쿠리카라한테 첫눈에 반해 다치는걸 보고싶지않아 출진을 미루는 소심한 남사니와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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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7222 작성일

 그러나 피하려고 몸을 비트는 순간 멍든 등에서 아픔이 확 퍼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그 탓에 칼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차가운 것이 왼손을 스치고 오른팔 위쪽을 베었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화끈한 느낌이 확 퍼졌다. 미처 터뜨리지 못한 비명이 입안에서 맴돌다 끄트머리만 겨우 밖에 흘러나왔다. 왼손 새끼손가락 아랫부분과 오른팔 상완을 베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순식간에 스며난 피가 베여서 벌어진 옷을 적시고 손을 타고 흐르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뒤늦게나마 결계를 쳤다. 이거 못하면 죽는다고 욕 먹어가며 배운 거라 주문 없이 바로 할 수 있었다. 그 상태로 한 발짝 물러나며 비로소 상대를 보았다. 물빛 머리칼과 금색 눈에 화려한 양장 차림의 청년, 주의 대상인 바로 그 이치고히토후리는 휘두른 칼을 그대로 잡은 채 서 있었다. 비틀대며 몇 걸음 더 물러나다가 등이 문에 부딪쳤다. 다만 문은 문인데 벽장문이었다. 들어온 문은 이치고가 등지고 있었다. …망했다.

 

 숨이 가빠지는 걸 누르려고 애쓰며 심호흡했다. 내가 치유는 젬병이라도 결계는 그럭저럭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은 몸이다. 조금만 버티면 다른 녀석들이 올 거다.

 

 칼에 베이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대부분 생채기 정도였고 이만큼 깊이 베인 것은 난생 처음이다. 현세라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갈 테지만 여기는 블랙혼마루고 어느 정도 다쳐도 나갈 수 없다. 거기다 난 이 정도 상처를 바로 치료할 수 없다. 그보다 피부터 멎어야 할 텐데 지혈은 어떻게 하는 거더라? 분명히 배웠는데 머릿속이 얼어붙어서 정보를 제대로 불러와 주지 못했다.

 

 카슈 언제 오지? 내 근시인데, 나를 지켜준다고 했는데. 야겐은 언제 오지? 걔는 형제니까 형을 더 잘 말릴 수 있지 않을까? 하세베도. 그들이 내 곁을 비운 건 여기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텐데 이 상황은 뭐지? 함정? 아니야, 그런 것일 리는 없다. 이미 나는 확신을 가졌다. 그럼 이 상황은 뭐지?

 

 도돌이표를 찍는 생각 속에 여하튼 이치고의 칼만 보면서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치고가 말했다.

 

 “아니, 왜 그 정도도 피하지 못합니까……?”

 

 ……뭐가 어째?

 

 “시방 칼 지른 놈이 할 소리냐 그게?”

 

 순간 욱해서 이치고의 얼굴을 쳐다보니 그는 당황과 당혹을 잘 버무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뜻밖이라서 나는 잠시 더 심한 소리를 하려던 것도 잊었다. 아니, 왜 네가 베어놓고 네가 그래. 이치고는 잠시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번 심호흡을 한 뒤에야 겨우 짜내듯이 말했다.

 

 “그 정도는 당연히 피해야 하지 않습니까…?”

 “뭐?”

 

 아니 이 시벌롬이 지금 무슨 개소리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반문하자 이치고는 잠시 동공지진을 보여주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이쯤 되니 공포나 위기감은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대신 약간의 짜증이 치솟았다.

 

 “저, 저는…… 그리 빠르게 벤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당연히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저게 틀린 말은 아니다. 평소의 나였다면 분명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할 수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이게 지금 사람 베어놓고 한다는 말이 그거야?! 잠시 아픔도 잊고 노려보자 이치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말 대신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이치고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치료를 해야 할 테니 야겐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이미 왔으니까.”

 

 야겐의 목소리와 거의 동시에 사색이 된 카슈와 하세베가 방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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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7224 작성일

 


지금 엄청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다. “ 



너도
그렇고 새끼도 그렇고, 도검남사는
전부 내레이션 읽는 취미냐? 그래서
생각이 쓸데없다는 건데. 반박은 랩으로 받습니다! “



“ Yo! 전부
자살이야. 283 전부. YeAH! “



 



방금 뭐라고 했어. 빠르게 지나간, 수의 크기에
쵸우기도,    눈을
동그랗게 밖에 없었다. 283. 지금까지 실장된
도검남사의 2, 아니 그보다
숫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푸딩
만을 먹어대는 히젠을 바라볼
밖에 없었다. 무심해보이는 말투, 그럼에도 표정에는
슬픔이 담겨있었다. 스푼을 집는
손은 조금이나마 떨리고 있었기에
와키자시 또한 이번 일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있었다.



 



“ 283건이라고. 283. 전부
끝이 자살이야. 이래도 이게
오류라고 할거냐? 멍청아? “

 

- 안쓸 것 같다. 예상보다 엄청 틀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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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9924 작성일

동생은 내게 몇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어깨죽지를 적시는 액체가 느껴졌다. 무엇이 이리 미안하여 내 동생은 소리죽여 흐느끼고 있을까.

 

"네가 왜 미안해."

 

나는 네가 미안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하지만 동생의 울음은 그칠 기미가 없어 나는 그가 진정할 때까지 가만히 머리를 쓸어주었다. 십여분 후, 평온을 되찾은 동생은 잠깐만이라 하더니 나를 조심스레 안아들었고 나는 녀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늘어졌다. 7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공주님 포즈로 안겨있다는 사실이 예전이라면 부끄러웠을테지만, 이젠 괜찮았다. 이것보다 더 부끄러운 걸 해본 적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족의 존재가 내게 굉장한 안심을 주었다.

꽤 깊은 곳에 버려졌던 건지 수십 분이 지나서야 혼마루가 보였다. 현관 너머의 마당에 도착했을 때 나는 사니와가 두 명 더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에겐 동생과 마찬가지로 한 명씩 남사가 붙어 있었다. 사니와&남사 페어 3팀이라면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블랙 혼마루 정화 전문 사니와조, 거기에 동생이 속해 있었다. 사니와인 것도 놀라운데 정화 사니와라니. 혼란과 추궁의 시선을 보내자 동생이 피해버렸다.

 

"생존자가-!"

"살아 있었-!"

 

두 사니와는 동생에게 안겨온 나와 눈이 마주치곤 반색했다가 내 상태를 보곤 표정을 굳혔다. 특히 내게 박혀있는 카슈에게서 시선을 쉽사리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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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9928 작성일

센고 무라마사는 개성적인 도검남사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특출함이 있었다. 불끈불끈한 근육, 밝은 핑크 머리, 허벅지 깊이 갈라진 슬릿 스커트, 튼실한 허벅지를 살며시 드러내는 하이 니삭스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개성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벗을까요?”라 묻는 돌출성이었다. 센고가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가장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은 같은 무라마사 파의 톤보키리로, 그는 언제나 나쁜 녀석이 아니라며 센고가 오해 받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혼마루의 남사들이 현 상황을 타파해야 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刃物)은 톤보키리였다.

 

 

“여어, 톤보키리···”

 

 

현관 근처의 넓은 방, 이 혼마루의 도검남사 12자루가 모두 모여도 널찍한 그곳에서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는 스산하게 입을 떼었다.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그의 등 뒤에는 무라마사 파를 제외한 9자루의 도검남사들이 주르르 모여 앉아 있었다. 하나 같이 심각한 낯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단도 셋과 타도 하나, 협차 하나를 제외하고서.

 

 

“아, 아아···”

 

 

하지만 그럼에도 이즈미노카미와 6자루의 도검남사가 뿜어내는 음울한 기운은 상당한 박력이라, 톤보키리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 방에 모인 남사의 수는 그를 포함해 11. 정확하게 센고 무라마사만을 제외한 면면이었다. 게다가 질문을 받는 이는 그 혼자. 그렇다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가 뭔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요즘,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센고 무라마사 말야···.”

 

 

아니나 다를까, 이즈미노카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톤보키리와 같은 도파의 남사, 센고 무라마사였다.

 

 

“그···나쁜 녀석은 아니다만···”

“그런 건 알고 있어!”

 

 

역시나인가. 결국 예상이 한 치 어긋남도 없이 들어맞음에 내심 탄식하며 언제나의 변명을 입에 담자, 단박에 벼락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즈미노카미는 단정한 얼굴을 구긴 채 침통하게 이를 악물었다.

 

 

“난···난 말야···”

 

 

이즈미노카미의 목소리가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바르르 떨렸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센고. 톤보키리는 같은 도파의 남사를 떠올리며 조금 아득한 심정이 되었다. 출진했을 때 뭔가 저지른 걸까. 아니면 도장을 만들 때? 혹은 수리를 받을 때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톤보키리는 내심 마음을 다잡으며 어떤 경우의 수가 나타날지 기다렸다.

 

 

“좀 더 편안하게 목욕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즈미노카미에게서 터져나온 절규는 톤보키리의 막연한 예상 중 어느 것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톤보키리의 시선을 받으며, 무츠노카미 요시유키가 잘게 떨리는 이즈미노카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같은 시대, 정치적으로 상반되는 진영에서 활동했던 주인을 가진 남사들이라 상성이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남사들이지만 지금은 같은 사니와 아래서 쓰이는 동지. 다소 경쟁 의식은 있을지언정 사이가 썩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묘한 자존심을 세우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렇게 약한 모습을 위로하는 광경은 톤보키리에게 기묘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아니, 그보다···

 

 

“목욕과 센고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그는 이즈미노카미의 절규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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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399941 작성일

현대에유로 쓰다가 말았던 거



<비공식 교내신문> - 작성자 고비젠 토모나리

카센 카네사다와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는 친척 관계야. 집안 전통이 '카네' 돌림자고 둘은 우연히 이름이 같았을 뿐이야.

좀 고집이 세다고 해야 하나, 융통성 없는 집안이라 원래대로라면 본류의 사람과 분가인 이즈미노카미의 이름이 같으면 안 돼서 이름을 바꿔야 했는데 카센 카네사다가 직접 그의 이름을 허락해 주었지.

대신 둘 다 이름이 같아서 서로는 아이즈, 노사다 하고 부르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못 부르고 성으로 불러야 해.

집안 식구로 인정받고 카네 돌림자인 이름을 받기 전에 쓰던 아명이라, 다른 사람 입에 불리면 부정 탄다고 해서 말야.

...응?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뭐얼, 자세한 일은 신경쓰지 마.



*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남자 중학생.

뒷모습만이나 사진만 본 사람들에게 여자로 오해받는 일이 잦다.

실제로 보면 목소리만 들어도 확실한 남자.

엄격한 집안에서 자라서 규칙을 싫어하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면이 있다.

* 호리카와 쿠니히로

중학생, 잘못 보면 초등학생까지로도 보이지만 고1.

카네상을 처음 봤을 때 뒷모습에 반했다.

나중에 남자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사랑이 식지 않아서 몇 년째 계속 따라다니면서 대상만 모르는 플러팅 중.

위험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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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8564 작성일

시간을 달려 이 연성 너무 궁금하다..재밌겠다..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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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4566 작성일

그 곰인형은 오사후네의 태도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그가 신력을 담아 손수 만든 곰인형은 사니와의 집무실에 부적처럼 놓여 자리를 빛냈다. 검들은 사니와를 찾아갈 때마다 방에서 약간의 신력을 감지했다. 그것이 주인의 곁을 맴돈다는 것도. 그 사실이 못내 불편했지만 감히 주인께 불만을 토로할 간 큰 검은 없었다. 곰인형은 주인에게 있어 부적이었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주인을 재워준 존재였다. 그깟 불쾌감 때문에 주인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가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니와는 밤의 적막함을 병적으로 무서워했다. 밤은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어서 무서워. 사니와는 본인이 밤마다 느끼는 공포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눈물겹도록 다정한 자신의 검들을 배려한 탓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말속에 담긴 공포를 꿰뚫어본 이는 몇 없었다. 그마저도 서서히 잊혔다.



유일하게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만이 사니와의 말을 기억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식사 당번을 그만두고(카센 카네사다의 원성은 덤이었다) 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출진, 원정을 제외하면 별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때때로 밤을 지새운다는 말도 들려왔다. 밥은 제대로 먹는 것인지, 걱정을 한 사니와가 밥상을 들고 친히 오사후네의 별채까지 찾아갔건만 들어오지 말라는 외침만 돌아왔다. 문을 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사니와는 괜찮다며 웃었지만, 대신 화가 난 검들은 본체를 빼들고 방문을 베려고 했다. 발도 직전의 검들을 막는 건 콘노스케의 몫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카센 카네사다가 더는 못 참는다며 쳐들어갈 계획을 세울 무렵,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자기 몸집과 비슷한 밤하늘색 곰인형을 품에 꼬옥 안고. 그의 괴상한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 코류 카게미츠가 소리 없이 절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니와에게 인형을 선물할 거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본채를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야간의 극단도보다 빠른 기동이었다.



“사니쨩!!!!!”



태도의 포효가 본채를 울렸다. 사니와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고, 방문이 발칵 열렸다. 옆에서 근시 업무를 보던 헤시키리 하세베가 주군께 무슨 행패냐면서 잔소리를 시전했다. 그는 건성으로 사과하고, 좌식 책상 앞에서 서류와 씨름하는 사니와에게 곰인형을 내밀었다. 그제서야 근시의 잔소리가 멈추었다. 사니와는 족히 길이 180cm를 넘을 곰인형과, 해맑은 표정으로 거대한 것을 내미는 검을 쳐다봤다.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거, 밋쨩이 직접 만든 거야?”



“당연한 말씀을.”



“와! 그때도 이것 때문에?”



“그때는 미안했어. 설마하니 사니쨩이 직접 찾아올 줄 몰랐거든.”



“괜찮아. 갑자기 찾아간 내 잘못도 있지. 고마워. 볼 때마다 밋쨩이 떠오르겠다. 평범한 곰인형은 아닌 거 같은데?”



“아, 그게 말이지…….”



“신력입니다.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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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4568 작성일

“아랴, 주인?”



“……히게키리? 여긴 무슨 일로? 그러고 보니, 별채가 이 근처였나.”



“응응. 이런 곳에 주인을 보다니. 우연이네.”



히게키리는 자연스럽게 사니와가 앉아있는 흙바닥에 앉았다. 옷이 더러워질 텐데. 사니와가 눈처럼 새하얀 그의 유카타를 보며 말했다. 그는 아무 말 않고 눈을 곱게 휘어 웃어 보였다. 어둠 사이로 눈빛이 흉흉하게 빛났다. 고양잇과 맹수 같은 눈빛이다. 사니와의 시선이 유카타를 지나 그의 얼굴로 향하자 흉흉한 기세를 지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둘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다른 이들 같았으면 진작 난리 났을 것이다. 또 잠을 못 자는 것이냐며 걱정부터 했겠지. 하지만 히게키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다 보면 웬만한 건 아무렇지도 않게 되나 보다. 부러웠다. 자신도 천 년의 세월 동안 존재하면, 과거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할 수 있을까. 평소에 사니와는 어딘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다며 히게키리와 만남을 피해왔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잠자코 있는 히게키리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다.



긴 침묵 끝에 사니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어둠을 무서워해. 밋쨩이 곰인형을 주기 전에는, 잠도 못 자고 별채 주위를 서성이곤 했어. 혼자 있는 게 끔찍히 무서웠거든. 어둠 그 자체보다, 어둠이 주는 적막함을 무서워한다고 해야할까.”



“…….”



“곰인형에는, 밋쨩의 신력이 담겨 있었어. 덕분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어. 그래서 잘 때마다 곰인형을 꼭 안고 잤어.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신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어둠은 싫었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는 건 무섭다. 사니와는 구태여 이유를 털어놓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와 관련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검들은 죽도록 다정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원흉을 당장이라도 제거할 것이다. 그들은 역수자를 베어넘기는 검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 그들의 손에 더 많은 피를 묻힐 순 없다.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의 공포를 알아주길 바랐다. 모순, 이다.



“하지만 밋쨩에게 말할 순 없었어. 곰인형에는 신력 뿐만 아니라 밋쨩의 마음도 담겼으니까. 곰인형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자려고 노력했지만, 잘 수 없었어. 그렇게 며칠을 보냈어. 도저히 못 견디겠어. 나 너무 힘들어, 히게키리…….”



“으음…….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어느 정도는 잊겠지만 말이야. 지금의 주인에겐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니와는 히게키리의 무릎에 앉아있었다. 어깨를 끌어안은 두 팔이 느껴졌다. 가는 두 팔은 보기와 다르게 꽤 힘이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은 팔과 등에 맞닿은 체온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따스하다는 거다.



“이러면, 외롭지 않아. 그렇지?”



“어? 어……. 그러긴 한데. 무겁지 않아?”



“뭐어. 천 년씩이나 칼로 지내다 보면, 웬만한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리니까.”



“잠깐. 그 말, 내가 무겁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멋대로 앉혀놓고선?”



“후훗. 글쎄. 나는 무겁다고 하지 않았는걸?”



“히게키리!!!”



“쉬이. 움직이면 잠이 오지 않는단다?”



그 말에 사니와의 저항이 멈추었다. 그제서야 히게키리가 왜 자신을 무릎에 앉혔는지, 장난을 걸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름의 배려였다.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주인을 향한. 덕분에 몸의 긴장이 풀리고 쌓인 피로가 한번에 몰려왔다.



“뭐야. 이거……. 나 재우려고 일부러…….”



“쉬이. 옳지, 착하네. 조용히 있으렴.”



“…….”



금방 사니와는 잠에 빠져들었다.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개그와 시리어스를 오가는 쇼쿠사니히게........ 중간부분 영영 완성 못할 것 같아서 여기라도 올리고 갑니다 밋쨩의 신력은 아니쟈가 지워버렸음 불쾌함+주인이 자신에게 의지했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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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4570 작성일

주인님, 어디 있어? 여기는 지옥이야. 금방이라도, 다들 파괴될 것 같아……. 주인님은, 주인님은 무사한 거지? 그럼 다행이야……. 우리는 주인님의 검이니까. 우리의 몸이 산산조각 나도 주인님만 무사하면 괜찮아. 그래도, 주인님. 나, 무서워……. 있지.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주인님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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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8517 작성일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

 “그렇지…?”



 초기도가 어물쩡 대답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야.”

 사니와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어 말했다.

 “힘에는 권리가 따른다.”

 “주인….”

 “반의 반 쯤은 농담이야.”



 그럼 나머지는 진담이라는 거잖아. 초기도는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 앞의 사니와는 그저 응, 그렇지. 라며 싱긋이 웃고는, 쌓인 서류를 처리하려 손을 움직일 뿐이였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408543 작성일

"이상형?"

 

사니와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상 질문을 던졌던 장본인인 츠루마루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씨익 웃었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항상 놀라움을 추구하는 검으로서 주인에게도 짓궂은 장난을 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원정을 나간 검을 제외하고 다같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와중, 갑자기 사니와에게 '우리들 중 자네의 이상형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질 만큼.

 

사실 츠루마루는 제 주인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짓궂은 질문에 쩔쩔매거나, 아니면 목소리를 높여 '츠루마루 씨!'라고 타박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했다. 평소의 그녀의 반응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당연히 츠루마루 뿐만 아니라 다른 검들도 그런 반응을 예상했고, 주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츠루마루에게 다들 한 마디씩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나 사니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 놓았다.

 

"이상형이라면....... 쥬즈마루 님이 제 이상형에 가장 가깝긴 해요."

 

처음 단도에 성공했을 때 아름다워서 넋을 놓았을 정도니까요.

 

중얼거리듯 덧붙인 사니와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순식간에 식탁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로 시작하는 쥬즈사니였는데.......... 언젠간 꼭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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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408601 작성일

사니와는 머리 손질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윤기 나는 긴 머리를 여러 모양으로 손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고, 당연하게도 사니와의 검들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 손질하는 재주가 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게 되자 근시의 일과 중 매일 아침 사니와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일이 추가되었고 그날 사니와의 만족도에 따라 검들의 자부심이 되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사니와는 활짝 웃으며 단발로 자르겠다는 선언을 했고. 그 순간 봄의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된 듯한 추위가 느껴졌다. 멀리서 차를 준비해오던 쇼쿠다이키리가 쟁반을 떨어뜨리고 옆에서 서류를 고치던 쵸우기가 그대로 키보드를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408603 작성일

[개전! 만담 혼마루!!]

"해보자, 저거."

본가가 갑자기 꺼낸 말에 사본은 소다를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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