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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검파괴되고 부적부활했던 때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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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4건 작성일 16-12-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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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쁘띠 오사카에서의 일이다

당시 나는 타도를 주력으로하여 오사카성을 돌고 있었다. 쁘띠 오사카는 전 40층으로 이루어졌고 35층부터 급격히 난이도가 올라갔다. 적들은 강했고 내 부대는 몇번이고 중상귀환을 반복했다.

35층이었던가 36층이었던가. 같은 층에 머물며 도전과 귀환을 반복하는 수가 늘수록 피곤은 쌓여갔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잘못 된 진군명령을 내릴 때를 대비해 1부대 전원에게 부적을 쥐어주었다. 비록 없는 살림이어도 파괴한번 없이 꼬박꼬박 모아온 부적의 수는 6자루에 나눠주기 충분했다.

부대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치명상은 물론 생존 15 이하의 도검이 존재하면 곧장 혼마루로 귀환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사카성을 재패하는 것을 요원해보였다.

그 날은 적들이 유난히 약했고 내 도검남사들은 심기일전하여 매번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심지어 소우자는, 조건이 갖춰지자 마자 매 전장마다 진검필살을 날렸다. 나는 흥분했고 이번에야 말로 그 층을 클리어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

고속창만 아니었다면.

보스방 직전에서 도다누키가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개같은 고속창. 좆병신새끼. 생존은 열라 적으면서 단단하기만 한것이 그 놈들은 조루가 틀림없다.)

어쩌면 고속창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몇 달 전 일이다보니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모호하다. 총병에 두들겨 맞아 도장 다 깨고 평타에 치명상을 입은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도다누키가 치명상을 입어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단 점이다.

이대로 보스방에 진행해도 되는가?

평소라면 망설임 없이 회군했을 터였다. 그러나 나와 내 도검남사들은 너무 오랜시간 오사카 성을 배회했다. 이번 기회가 지나가면 또 언제 보스방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적들은 도다누키만 쏙 빼놓은채 엉뚱한 도검남사, 예를 들면 아직 체력이 쌩쌩한 이시키리마루나 쇼쿠다이키리를 칠지도 몰랐다. 아니면 카센과 소우자도 있다. 그들도 중상이긴 마찬가지나 창을 버틸 생존과 적군의 타격을 감싸줄 도장이 아직 남아있었다. 도다누키만, 도다누키만 공격받지 않으면!

그러나 강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서 전진하면 도다누키는 부러진다. 창은 제일 먼저 도다누키를 겨눌 것이다. 그건 차라리 확신에 가까웠다. 도검파괴와 승전을 두고 나는 결정해야했다.

그 때, 도다누키와 눈이 마주쳤다.

 

"왜 망설이고있냐? 실전도가 전장에서 부러지는게 어떻다고."

"엩"

"부러지면 더 못 싸워서? ...아니, 부적도 있는데 뭐가 문제야?"

"괜찮아? 진짜 괜찮아? 부활한다해도 한번 부러지는 건데??"

"아- 저 놈들에게 부서지는 게 짜증난다해도... 결판도 안 내고 돌아가는 건 더 싫으니까."

 

실제로 이런 대화를 나눈 건 아니다. 나는 그저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그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고 전황에 따라 전진과 귀환을 결정할 뿐이니. 다만 우연히 마주친 그 눈빛이, 강렬한 전의가 내게 그 뜻을 전했다. 나는 부디 그것이 내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마지막 전투를 명령했고 도다누키는 아무렇지 않게 부러졌다. 그리고 멀쩡하게 부활했다. 예상된 과정이었고 예견된 결말이었지만 생각처럼 담담할 순 없었다. 전투는 승리했고 1부대는 모두 제발로 돌아왔다.

나의 혼마루에선 도검파괴가 처음있는 일이라 혼마루의 많은 남사들이 도다누키에게 부러졌다 수복되는 것은 어떠하냐 물었다. 그에 도다누키는 "좀 이상한 느낌" 이라며 떨떠름해할 따름이었다. 그에 다양한 반응이 따랐고 내심 자기도 겪어보고 싶어하는 남사도 소수 있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한다. 도검파괴의 장면을 또 보고 싶지 않다. 같은 일이 또 생긴다면 나는 무조건 돌아올 것을 명령할 것이다.

이상 죽었다 부활한 성인의 축일을 맞아 내게 상당한 찝찝함을 남긴 첫 도검파괴 및 부활의 기억을 글로 적어보았다.

댓글목록

익명님의 댓글

익명 #80209 작성일

아니 이건 웬 문학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다누키 좋다 으엉....

익명님의 댓글

익명 #80214 작성일

아니..이게 왠 홀케이크! 존잘님 잘 읽고 가요! 도다누키 멋지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80219 작성일

존잘님 성탄절날 좋은 글 읽었습니다......!! 도다누키 멋져ㅠㅠㅠㅠㅠ 우리집 타누키쨩 나데나데하구올거야!

익명님의 댓글

익명 #80226 작성일

와 성탄절에 너무나도 적절한 멋진 글 한 편이다! 파괴되었다 부활한 게 마침 너구리인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

존잘님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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