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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런 밑도 끝도 없는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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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4건 작성일 17-02-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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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에서 굉장히 오래전에 풀었던 썰인데 여기에 남사 끼얹어보고 싶어졌어

 

어느날 아침 주인공이 평소처럼 모닝콜을 듣고 일어났는데 이상하게도 집에 가족이 아무도 안보이는거야. 방금 막 씻은 것처럼 욕실엔 따뜻한 습기가 차있고 부엌엔 금방 먹고 덮어둔 듯한 밥상이 있고 티비도 켜져있고 불도 켜져있는데 사람만 안보였어. 주인공은 그냥 가족들이 급한 일이 있어서 서둘러서 나갔나보다 하고 신경을 쓰지 않음. 그리고 나갈 준비해서 밖에 나왔는데 밖에도 인적이 없었어. 가게 문도 다 열려있고 이웃집에서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뭐 이런 생활소음도 다 들리는데 길거리에 사람만 안보이는거지. 차가 다니는 소리도 분명히 들렸는데 막상 길가에 가보니 차가 하나도 없었어. 주인공은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늘 타던 버스를 기다림. 하지만 전광판에 남은 버스 도착 시간이 다 됬는데도 저 멀리 버스가 오는 낌새가 없어. 오류일 수도 있으니까 스마트 폰으로 버스가 어디 쯤 와있나 확인하는데 차가 와서 멈추는 소리가 나. 그래서 고개를 들었더니 눈 앞에 탈 버스가 서있었어. 조금 전까지 멀리서도 안보이던 버스가. 물론 버스 안에 사람은 없었어. 당연히 기사도 없었고. 주인공은 출근or등교는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버스에 타봤어. 놀랍게도 아무도 없는데 버스 문이 닫혔고 움직이기 시작함. 그리고 정거장마다 꼬박꼬박 멈추고 문도 열렫다 닫혔다 하는거야. 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없지만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카드찍는 소리도 들리고 그래. 홀린 기분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마찬가지야.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굴러가고 있었어.

 

 지하철을 타러가면 시간맞춰 텅 빈 지하철이 와. 회사에 가면 아무도 없는데 컴퓨터를 켜보면 메일로 꼬박꼬박 일거리가 와있거나 학교에 가면 칠판에 해야할 일이 써있고 출석도 제대로 찍혀. 안가면 결석처리도 확실하게 되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아무도 없는 계산대에 카드를 내밀어봤다가 뻘쭘해서 물건은 그냥 두고 집에 왔는데 집에 사려던 물건이 와있고 통장에서 그만큼 돈이 줄어있어. 물론 집에는 사람이 있던 것처럼 빨래도 되어있고 밥통에 밥도 앉혀져있고 끄고 갔을게 분병한 티비도 다시 켜져있어. 다른 방에도 누군가 있는 것처럼 불이 켜져있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같은게 들리기도 하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어. 냉장고 여는 소리나 문 열리는 소리에 쫓아나가봐도 마찬가지야. 밤이 되니까 가로등도 잘 켜지고 티비 방송도 다 제대로 나와. 카페에 가서 아무도 없는 공간에 주문을 했더니 한눈 판 사이에 눈 앞에 주문했던 메뉴가 나와있어. 인터넷에 접속하면 SNS나 게시글도 정상적으로 갱신이 돼. 다만 현실에서 사람을 볼 수 없을 뿐이야. 이 상황에 대한 글을 써봤지만 조회수도 안올라가고 댓글이 달리지 않음. 하지만 다른 글들은 조회수도 꾸준히 올라가고 댓글도 활발이 달려. 정말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지.

 

그렇게 주인공이 자신이 혹시 정신병인가 의심할 무렵 언젠가부터 등 뒤에 시선이 느껴지는걸 깨닫게 됨. 처음에는 정말 시선 뿐이라 아무리 돌아봐도 벌레 한마리도 없었는데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걸 확신하게 되니까 어렴풋이 뭔가 보이기 시작해. 얼핏 그림자 같아 보이는 그 존재는 시야 가장자리에서 슬쩍 나타났다가 그쪽을 쳐다보면 확 사라진다던가 저 멀리 골목 모퉁이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점점 주인공 앞에 나타나. 주인공은 그 존재가 이 상황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보일때마다 쫓아감. 하지만 단 한번도 잡을 수는 없었어. 그렇게 주인공은 자신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정신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그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는 존재에 점점 매달리게 돼. 그것은 점점 자주, 조금더 선명하게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지만 주인공 앞에 나오지는 않아. 마치 약을 올리면서 간을 보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은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졌어.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것 같은 뭔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옷자락 하나 잡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죽으려고도 해봤는데 무슨 수단을 써도 멀쩡히 살아서 눈을 뜨는거야. 그래서 주인공은 마침내 그 존재에게 제발 나와달라고 애원해. 당신이 뭐라도 좋다고 괜찮다고 나오라고 제발 내 옆에 있어주면 안되겠냐고. 그 존재는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주인공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 그건 물론 도검남사지! 이 미칠듯한 상황에서 진짜 오랜만에 소통 가능한 상대를 만난 주인공은 남사에게 의지하게 됨. 사실 의심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야. 처음에는 이 사람이 날 이렇게 만들었나 그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따져볼까 뭐 그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 하지만 이미 마음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주인공은 그걸 입밖에 내면 다시 혼자가 될거라고 생각해버려. 판단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의심하는 말 같은걸 하면 그 사람이 화내고 떠나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면 또 혼자있어야 하니까 무서워서 말을 못꺼내는거야. 그렇게 주인공은 조금씩 의심마저 치워버리고 자기 옆에 그 남사만 존재한다는걸 받아들이게 됨. 그리고 남사가 원하는걸 다 주게 되었어. 마음이든 몸이든...

 

그리고 짐작하겠지만 이 상황을 꾸민건 그 남사야. 남사는 주인공을 카미카쿠시 했고 주인공이 그날 눈뜬 세상은 당연히 신역이었음. 물론 동의는 없었지. 남사는 자신이 거절당하는 것도 그 거부로 인해 주인공이 잘못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씩 죽여가면서 대신 자신을 의지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은거야.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도록. 그렇게 주인공이 나이도 먹지 않고 변하지 않는 자신과 남사와 세계에 의심하나 품지 않고 단 둘이 영원히 사는게 보고 싶다.

 

여기서 주인공은 사니와가 되었다가 카미카쿠시 되었는데 그 충격or남사의 조작으로 사니와가 되기 직전부터 카미카쿠시 당한 순간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은 거여도 좋고 자기한데 구애하는 남사 거부하고 사니와 그만두고 떠난 다음 환생해서 잘 살다가 자길 찾아낸 남사가 카미카쿠시 한거여도 좋을듯...후자면 이런 행동을 한게 계획인 동시에 자길 버리고 간 것에 대한 약간의 벌이라던가...

 

모처에서 풀었던건 주인공이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존재를 인지하는 부분까지였음.

사실 그 존재가 뭘지, 무얼로 하면 좋을지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었는데 거기에 도검남사 넣어서 상상하니까 너무 좋은거 있지ㅇ//ㅇ...얀데레여서 그러는 것도 좋지만 얀데레가 아닌 것도 인외미 느껴져서 괜찮은 것 같아...

댓글목록

익명님의 댓글

익명 #92515 작성일

와 오싹하면서도 좋은 이야기다. 이 현상의 주체가 남사인 거 너무 잘 어울려 ㅎㅎ

익명님의 댓글

익명 #92542 작성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홀린듯이 읽었어.. 사랑하게 된 연인이 실은 흑막이라는 반전이 멋져!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92553 작성일

완전 취향이라 택시서 방방 뛸 뻔했어ㅠㅠㅠ 좋은 이야기 고마워 스레주!

익명님의 댓글

익명 #92595 작성일

헉 이거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취향직격이야..도검남사랑 너무 잘 어울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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