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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쨩 최애인 사람이 밋쨩 보고 온 후기(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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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17건 작성일 17-02-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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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개인 블로그에만 올리려던 글이라 경어체임!

 

 

*도쿠가와 뮤지엄을 방문하여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의 실물을 보고 온 후기? 감상문? 같은 글

*주관적인 의견으로 가득합니다.

*쓸데없이 감상적

 

 이바라키 현 미토 시에 위치한 도쿠가와 뮤지엄에서 오사후네 미츠타다 작의 태도,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를 직접 보고 왔습니다.

 숙소를 신주쿠로 잡아서, 신주쿠역에서 출발하였는데 가는 길이나 오는 길이나 정말 길고 멀었습니다. 편도 3시간 반 정도에 왕복 6~7시간 쯤? 가시는 분들은 시간이나 일정을 정말 넉넉하게 짜고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JR 미토 역에 도착하면 야스사다가 맞이해줍니다. 여기에 스탬프도 있어요.

 사토 타쿠야 씨의 음성 안내 방송은 아쉽게도 듣지 못했습니다ㅠ

 

 미토 역에서 나오면 37번 버스를 타고 도쿠가와 뮤지엄에 갈 수 있는데 일본 버스는 처음이라 내릴 때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표를 넣고 돈을 넣는 시스템이라던가, 거스름돈이 나오면 바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기사 분이 그 거스름돈을 확인하고 건네주시는 방식이라던가).


 정류장에서 내리면 한 3분 정도 걸어서 박물관에 가는데, 사실 처음에는 그곳이 박물관인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규모가 정말 작았거든요. 일본의 박물관은 원래 그 정도 크기가 일반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으로 치면 박물관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크기였습니다. 차라리 갤러리가 부르는 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박물관 주변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시골이었습니다. 백화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허름한 가게 몇 곳과 주택 뿐이에요. 길을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들어가서 표를 사고 전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이하 쇼쿠다이키리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금방 나옵니다.


 전시물 옆에는 게임 속 스탠딩 일러 등신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아마 인터넷에서 이미 많이 보셨을 겁니다)

 보자마자 느낀 감정은 실망에 가까웠습니다. 사전 조사를 제법 하고 갔기에 쇼쿠다이키리의 내력은 이미 어느 정도 꿰고 있었으나, 그렇게 초라할 줄은 몰랐거든요. 


 오래 전에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시골로 내려갔더니 쇼쿠다이키리가 농사를 짓고 있었고, 만나자마자 슬픈 얼굴로 이렇게 초라해진 나를 왜 보러 왔냐며 화를 낸 듯한 느낌"이라고 말씀하신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런 느낌입니다. 


 우선, 감상을 할 여지가 없어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서 그동안 조사도 안하고 창고에 넣어놓았다는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하몬이나 지하다 같은 건 물론 볼 수도 없고, 새까맣게 타버려서 금이 눌러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냥 검은 철덩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름도 모르면서 용케 이걸 여태까지 박물관에서 버리지 않았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도검난무를 5월 전에 시작하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원래 소실도였습니다. 정확히는, 소실도인 줄 알았다가 5월 초에 도쿠가와 뮤지엄에 있던 검이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라는 게 밝혀진 것이지만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드라마틱한 사건입니다. 불타서 사라진 줄 알았는데, 조사해보니 마침 박물관 창고에 방치해 놓은 검 한 자루가 바로 그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였다니. 


 그러나 게임 속 쇼쿠다이키리가 어떤 성품인지를 생각해보면, 그가 발견된 것은 그에게 불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본래 실전도로 만들어진 것에 긍지심을 갖고 있고 멋을 중요시하는 게임 속 쇼쿠다이키리의 실제 모습은 더이상 무기로서도 예술품으로서도 전혀 가치가 없는 그냥 탄 고철. 게임 캐릭터 중 쇼쿠다이키리를 가장 좋아하는 제가 보기에도 그 실물은 정말로 보잘 것 없고 전혀 대단할 게 없었습니다. 그 먼 길을 겨우 이런 거 하나 보려고 왔던건가? 라는 후회를 스스로도 모른 척 할 수 없을 만큼요. 


 도저히, '그것'을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라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정말로 사니와였다면 아마 혼마루에 돌아가자마자 쇼쿠다이키리는 저를 혼냈을 겁니다. 

"그 먼 길을 뭐하러 갔어? 그곳의 나는 그렇게 볼만한 모습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요. 왜냐하면 그건 정말로 구경할 거리가 없는 검이었으니까요.


 동네는 사실상 시골촌에, 소장처는 박물관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건물이고, 쇼쿠다이키리는 무기로서도 예술품으로서도 써먹을 데가 전혀 없는 검.

 아무리 보아도 그런 허름한 검에 츠쿠모가미가 깃들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에 츠쿠모가미가 정말로 존재했다면, 그는 그냥 창고에 있고 싶어 했을 겁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원래는 권세를 떨친 귀족이었다가 거하게 몰락하여 신분을 숨기고 시골로 도망쳐 왔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군가에게 정체를 들켜서 반강제로 그 마을의 유명인이 된 셈이니까요. 차라리 다들 소실도인 줄 알고 넘어갔다면, 그런 꼴사나운 모습이 알려질 일도 없었겠죠. 게다가 검으로서의 정체성도 위험한 상황이에요. 도구라는 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태어나는 물건인데 저건 전혀 쓸모가 없고 하다못해 장식품으로도 쓰려고 해도 그리 아름다운 외관이 아니니까요.


 불타기 전의 쇼쿠다이키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겠죠. 오사후네 파의 시조가 직접 만든 명물에, 전국 시대의 명장 중 하나인 다테 마사무네의 애정을 받은 몸이니 원래 모습은 분명 일본도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생김새였을 겁니다. 그랬던 검이 지금은 그렇게 초라하다는 사실이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메마른 감상을 느끼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3시간은 꽤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눈 앞에 쇼쿠다이키리가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전철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쇼쿠다이키리의 지금 모습과 게임 속 성격을 대응시켜 보니 꽤 기가 막힌 우연이라 신기하게도 느껴졌습니다. 게임이 런칭되고 나서야 쇼쿠다이키리의 현존 사실이 밝혀졌다는 걸 고려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게임 속 그가 몸가짐에 신경쓰고 항상 멋있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인 건 사실 스스로의 비참한 모습에 대한 트라우마와 수치심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쇼쿠다이키리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2015년에 발견된 것을 계기로 멋에 집착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거기까지 사고가 미치자, 그 작은 건물 안에 귀중품 마냥 모셔져 있는 그 생각보다 짧고 초라한 검이 그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검으로서 추락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강제로 드러내야 하는 쇼쿠다이키리가 행여나 울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검에 입이 달려있었다면 "이런 나를 보고 실망했어? 미안, 생각보다 멋있지 않아서." 같은 말을 건네도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혼자 결론을 내리고 있더니,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라는 검이자 캐릭터에게 애정이 더 조금은 생기는 듯 했습니다.

 뭐, 어쨌거나, 주구장창 길게 감상을 쓰긴 했으나 솔직히 추천할 만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가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볼 게 너무 없어요. 까놓고 말해서 누가 돈을 대준다고 해도 또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다시 쇼쿠다이키리를 보러 가고 싶어질 것 같네요. 어쩌면 몇 십년 후에 불쑥 보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다녀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서없고 영양가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내가 너 하나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갔었던 거라는 걸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정말 기쁠거야 밋쨩.




 그리고 박물관 나오는 데 택시 기사 한 분이 말 걸어주심ㅋㅋㅋㅋㅋ

 "몇 번째 온거야? 아, 처음이야? 역시 그 칼? 보러 온 거야?"

 라고 말씀하시길래 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정말 거기 오는 사람은 사니와 아니면 없겠더라... 중요한 문화재 같은 게 별로 없음.

 더쿠가와가 될 수 밖에 없는 곳이었고, 정말 지금 아니면 돈 벌 일 없을 곳이었음.

 

댓글목록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702 작성일

감상 잘 봤어. 제목보고 예상한거랑은 좀 달랐지만...슬프다ㅠㅠ

근데 더쿠가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705 작성일

나도 도쿠가와 뮤지엄 한번 가보긴 가봐야하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글 읽어보니까 왠지 가면 촛대가 더 슬퍼할거같아서 또 마음이 아프다ㅠㅠ 아 근뎈ㅋㅋㅋㅋㅋㅋ 더쿠가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98741 작성일

그래도 촛대 좋아하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ㅋㅋㅋㅋㅋㅋ 다만 가는 길이 진짜 많이 멀긴 함 ㅠㅠㅠ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711 작성일

세심한 감상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작성자 분이 얼마나 미츠타다를 애정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초라하다니, 미츠타다가 최애는 아닌 저조차도 너무나 안타깝네요. 쓰신 것처럼 한때 정말 멋지고 영예로웠던 검이 저리 영락한 것을 보니 씁쓸합니다. 정말 미츠타다가 말렸을 것 같아요. 그런 멋지지 않은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요. 저는 미츠타다가 불타기 전에 이미 츠쿠모가미가 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합니다. 츠쿠모가미로써 영광의 시기를 보내다 본체가 불에 타버리는 수난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상냥한 성품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합니다. 아픔은 성숙을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다시 한 번 좋은 감상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98749 작성일

쓸데없이 감정이입하는 오타쿠의 후기일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말씀대로 밋쨩이 정말 타버리기 전에라도 츠쿠모가미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정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746 작성일

아 맞아

설탕군이 해주는 오디오 가이드 번호 메모해와서 여기다가 공유.

앱 설치하면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음

6994 박물관소개

2433 일본 역사책 소개

5532 印籠 소개

4611

6541

6302

6771

3699

8811 자기소개

2577 도쿠가와 이에야스

3115

8588



그리고 코노테가시와라고 밋쨩 말고도 전시되어 있는 태도가 하나 더 있었어. 얘도 불탄 애인데 밋쨩이랑 같이 도검 복원 프로젝트에 있는 걸 보면 나중에 실장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어본다ㅠㅠ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98750 작성일

헐 대박 고마워!!!!!! 나 앱만 깔아놓고 번호를 몰라서 막 1번부터 다 두들겨 보고 있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자릿수였구나 얻어걸릴 리가 없지... ㅠㅠㅠㅠㅠ 으앙 진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99533 작성일

이거 필요했는데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덕분에 설탕군 목소리 잘 들었쟝!!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761 작성일

쇼쿠다이키리가 최애중의 한자루이고, 도쿠가와 방문예정중인 사니와인데 이 후기보고서 꽤 많은 생각이 들어.

여행의 목적중 80%가 쇼쿠다이키리라서 더 그런것같기도해. 가기전에 사니쨩의 후기를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다녀오고나서 사니쨩의 후기를 다시보면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사니쨩은 쓸데없이 감상적이라고했지만 사니쨩 안에서 일어나는 해석이 되게 대단하다싶구.. 좋은 후기 올려줘서 고마워!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98883 작성일

도쿠가와 갈 예정이면 전철 안에서 스맛폰 밖에 할 거 없으니까 보조배터리랑 포켓 와이파이 꼭 챙겨가!! 그리고 박물관 앞에 손님 노리는 택시기사들 좀 있으니까 탈 생각 없으면 적당히 거절하고 ㅋㅋㅋㅋㅋㅋ

쓰면서 나 스스로도 겨우 게임 캐릭터일 뿐인데 너무 감정이입하는 혼모노(...)같아서 좀 부끄러웠는데 대단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ㅠㅠ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98895 작성일

슬프고 감동적이쟝 ㅠㅠ 도쿠가와뮤지엄이 그래서 넨촛대를 ㅠ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100057 작성일

도검산책 봤더니 이 후기 생각나서 범펍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109961 작성일

펍ㅇㅂㅇ

익명님의 댓글

익명 #109985 작성일

센치해졌다가 막문단보고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137503 작성일

22222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님의 댓글

익명 #137841 작성일

읽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해서 조금 울컥했어. 이번에 밋쨩 술? 구입하면 술값 중 일부가 복원 프로젝트에 기부된다는 것 같던데 예쁜 모습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네... 

익명님의 댓글

익명 #137843 작성일

밋짱 인게임 성격 생각하니까 더 센치해진다 글 정말 잘 읽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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