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존못이지만 리퀘받는 스레(야스사다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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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49건 작성일 18-06-26 23:27본문
* 검사니(남녀 안 가림)만 받습니다.
* 단편~중편이고 고어는 안 받습니다.
* 산새 가능성 99.9999%, 거의 잊어버렸을 때 쯤 리퀘 올라올 수 있습니다.
* 선착순 4명. 자세한 상황과 사니와 설정 부탁드려요. (특별한 설정 없을 시, 스레주가 임의대로 설정합니다.)
* 추가 리퀘는 불시에 올라오고, 마감도 불시에 합니다.
* 혼마루에 가져가도 괜찮습니다. (출처표기만 잘 해주세요!)
* 댓글 다실 때는 레스를 따로 빼서 달아주세요!
구분: 3칸 공백
<리퀘 목록>
1. 야겐
2. 도다누키
3. 카슈
4. 카슈
5. 나가소네
―
6. 히게키리
7. 야스사다
8.
9.
10.
―
댓글목록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83 작성일와타시 선점!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286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05 작성일야겐이 왜 전에 그랬던 것인지 물어봐도 될까..?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43 작성일전에 옆에 안온거면 바빠서 자기 동생들을 사니와가 챙겨주지도 않았고.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거야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742 작성일
밤이 지나가고 서서히 동이 터오를 무렵, 한 여자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썩을, 이게 대체 며칠 째 야근이야. 작게 욕을 읊조린 여자는 재빨리 신발을 벗고 익숙하게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몸 이곳저곳에 핏자국이 덕지덕지 붙은 소름끼치는 모습. 그나마 지금이 새벽이여서 다행이지, 벌건 대낮에 이런 꼴로 퇴근했다면 분명히 주변의 신고를 받고 경찰서에 들어갔을 것이다. 옷을 한꺼풀씩 벗었다. 떨어진 옷가지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져 올라온다. 직업이 직업이고, 매일 맡는 냄새이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냄새. 여자는 샤워 가운과 속옷을 챙긴 후 욕실로 향했다.
*
아와타구치 파 중에서 형 축에 속하는 야겐 토시로는 동생들을 아꼈고, 사니와가 동생들을 자신처럼 아껴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맨날 바쁜 몸이었으며 아침 퇴근을 밥 먹듯이 했다. 주인님은 저희가 싫으신 것일까요? 처음에는 한 명, 두 명, 날이 지날수록 다섯 명, 여섯 명씩 훌쩍훌쩍 우는 동생들이 늘어갔다. 야겐은 동생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아냐, 대장은 많이 바빠서 그런거야. 현세로 안 나갈 때엔 분명히 와서 같이 놀아줄거야."
여자의 휴일이 찾아왔다. 이 날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야겐은 아와타구치 부실 안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첫 번째 휴일은 찾아 오지 않았다. 많이 바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두 번째 휴일도 오지 않았다.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세 번째 휴일,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이윽고 14번째의 휴일이 찾아왔을 때, 야겐 토시로는 깨달았다. 자신들의 주인이 이 곳에 올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 놈의 일이 무엇이길래 곁에 있는 자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인지. 남사들 쪽의 분위기도 많이 안 좋아졌다. 이젠 기다리는 것도 지쳤어. 보랏빛 눈이 가라앉았다.
*
".....대장, 의사라며?"
"...뭐?"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화자(話者)를 바라봤다. 진지한 얼굴을 한 야겐 토시로가 말을 이어갔다. 다른 녀석들에게 알음알음해서 들었는데, 맞아? 고개를 끄덕인 그녀에게 야겐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우리들한테 신경 못 썼던 거야?"
"....네. 그 점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듣게 되다니. 단도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대장은 바빠서 잘 모르겠지만, 난 이 본성의 의료를 담당하고 있어. 그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그의 양쪽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난 대장과, 의학적 지식을 교환하고 싶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기초적이고 옛날 쪽이니까 지원하는 데에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아서."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해."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음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오후 12시. 기지개를 켜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진짜 오래간만에 휴일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밍기적대며 일어나서 멍하니 있다가 간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진료 차트 뭉치를 집어들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은 만성 피로와 깡으로 버티는 능력 밖에 없다. 텅 비었던 양팔이 묵직해진다. 그녀는 서류들을 안은 채 방 밖으로 나갔다. 방문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여어, 대장. 잘 잤어?"
"...야겐?"
한쪽 무릎을 세운 채로 앉아있던 야겐은 일어나서 옷을 탁탁 털었다. 눈을 끔벅거리는 주인을 보고 웃은 그는 두꺼운 종이 뭉치를 빼앗아 들었다. 무거운 건 근시인 나한테 맡겨. 본채 가는거지?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손이 잡아끌리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별채 밖으로 나와서 본채의 집무실로 가는 동안 사니와는 많은 남사들을 만났다. 단도들은 뭐라 말을 걸려다가 주저하며 입을 다물었고, 보호자들의 눈치는 썩 좋지 않았다. 당연하지, 일 중독자처럼 일만 하고 수리를 제외하면 자신들을 챙겨주지도 않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여자의 입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나왔다. 웅성대는 소리에 부엌에서 점심을 만들던 쇼쿠다이키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좋은 아침이야, 주인이랑 야겐 군. ..괜찮다면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
"....아뇨, 지금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난 딱히 생각 없는데."
그냥 대충 몇 가지만 차려서 집무실 문 앞에다가 놔주세요. 첫 단어부터 끝 단어까지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투다. 가볍게 목례만 한 여자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쇼쿠다이키리는 볼을 긁적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야겐은 말없이 여자의 뒤를 따라갔다.
*
"....아아아..."
하늘이 핑핑 돈다. 발을 옮겨 걸어가는 것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최악이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더 심각한 상황인데 고작 몸살 따위로 병가를 낼 수 있겠느냐는 직업정신으로 겨우겨우 출근했고, 밤새서 수술할 땐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버틴 것 같다.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별채까지 갈 힘도 없다. 일단 목표는 본채다. 본채에 발을 디디자마자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대문에서 본채까지 오는 데에 10년이 걸린 느낌이다. 주변은 어둡고 조용하다.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전신이 뜨겁다. 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닐까? 다음날 아침 뉴스에 '몸살인 채로 철야하고 왔다가 죽은 의사'로 소개되면서 지역 인사가 될 것 같은데. 헉, 그건 좀 쪽팔린다. 두뇌 회전은 잘 되지 않으면서 이런 잡생각은 더럽게 잘 된다. 이럴 시간에 몸이나 좀 움직이라고, 내 뇌야.
"....대, 대장!!"
몸상태가 개판 5분 전인데도 내 몸의 위치가 바닥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 누구야. 희미하게 눈을 떴더니 야겐의 얼굴이 보였다. ...응? 야겐? 야..겐?!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면서 나는 발버둥을 쳤다. 놔, 놔 줘..! 몸살 환자가 아무리 난동을 부려봤자 결국 손쉽게 제압당한다.
"....대장, 당신 진ㅉ.. 하아..."
"..자, 잠..깐, 야.. 야겐..!"
야겐은 나를 안아든 채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침대 위에다가 나를 눕혔다.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서 몸을 바르작거렸다. 가만히 좀 있어, 대장. 옆에서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물컵과 알약이 나타났다.
"해열제야. 자, 아-해."
물수건을 옆쪽으로 치우고 내 상체를 일으킨 야겐이 곧바로 입 속에 해열제를 넣었다. 미지근한 물컵을 쥐고 꼴깍꼴깍 물을 마셨다. 지속되는 두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후우.. 일단 그 상태로 있어. ...정말이지, 대장.."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토한 야겐은 나를 직시했다. 이렇게 진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는 진중한 표정이었다.
"...대장, 솔직히 말할게. 난 처음에 대장이 별로였어. 쉬는 날까지 일만 하면서 우리들은 신경쓰지도 않았으니까. 서운했고, 슬펐어. 우리가 싫어서 이러나 싶었으니까. 우리들은 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래는 칼이고, 물건이었어. 물건은 주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야. 애정이 사라지면 불안해하고 슬퍼하지. 이건 어쩔 수 없어."
"....."
"그 땐 딱히 가까이 갈 마음도, 어찌 되던지 별 상관이 없었었어. 이런 내가 왜 대장에게 갑자기 접근한 줄 알아? 직업이 '의사'라서. 나도 의학에 관심이 많았고 더더욱 현세의 의학은 흥미로웠으니까, 새로운 지식을 접하기 위해서였어."
"........"
"지식을 주고 받으면서 대장과 점차 가까워졌고, 그동안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대장의 고초를 유일하게 본 검이 되었지. 아, 저 사람도 사실은 많이 힘들었었구나. 뭐, 이런 생각들 말이야. ....있지, 대장. 대장이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이었다. 심호흡을 한 그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야겐 토시로, 결코 주인만큼은 죽이지 않는 칼. 이름의 유래는 자살하려는 주인의 배를 뚫지 않고 그 주변에 있던 약연을 뚫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되었지. 즉,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의 존재 의의는 당신을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이야. 그러니까, 대장. 제발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 '감기 몸살'이라는 하찮은 놈한테 당신을 빼앗겨서 지고 싶지 않거든."
"...저, 저ㄱ.."
"...자, 내가 할 말은 끝났으니까 다시 누워서 푹 쉬어."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년은 그녀를 강제로 눕혀서 머리 위에 물수건을 올려놓았다. 내일은 무조건 쉬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가야만 ㅎ.. 대장. 어둠 속에서 보랏빛이 번뜩였다. 그 눈동자를 본 여자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해서 못 간다고 말 해. 내가 옆에서 지켜볼 테니까. 알겠지? 대답이 없다.
"대장, 대답."
"....네.."
소년은 만족한다는 듯이 웃으며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내일 보자. 일어났을 땐 다 나아있었으면 좋겠네. 소년의 붉어진 귀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여자의 눈이 감겼다.
+) .....처음 리퀘를 보자마자, '아 이건 장편 각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량조절 못해서 죄송해요... 다른 분들과 너무 차이가 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럽습니다.. (머리 박음) 리퀘 내용을 제대로 잘 반영했는지 심히 걱정스럽네요. 리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84 작성일
도다누키랑 사니와로, 처음에는 서로 안 믿던 사이였는데 도다누키가 다쳐온걸 계기로 좀 더 가까워지는 상황 괜찮을까?!
+) 수리하면서 출진 지령 외에는 오랜만에 대화한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해!
사니와는 기본적으로 무표정에 마이페이스, 타인을 믿지 않는데 수동적이야. 정부에서 내려온 공문같은건 착실하게 수행하는 타입, 다른 남사들과도 공적으로만 지내려고 함!
싸우는걸 안 좋아해서 호전적인 남사들과는 더 거리를 두려고 했을 것 같아!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00 작성일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존재는 인간이라는 구절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짧다면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나와 같은 인간에게 세기도 어려울 만큼의 배신과 버려짐을 당했다. 예전에는 밝은 성격에다가 잘 웃었었는데 지금은 왜 그러니? 저녁식사 시간에 부모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왜일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시청에서 연락이 와서 시험을 치뤘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사니와가 되었단다. 물음표를 가득 띄운 나를 검은 양복차림의 남정네들이 끌고갔다. 눈 깜짝할 새에 나는 '철밥통'이라고 불리우는 공무원이 되었고, 주변에는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남자들이 득실댔다. 본래는 칼이지만 '사니와'의 힘을 통해 인간의 몸을 얻어 현현한 '츠쿠모가미'입니다. 여우가 캥캥대며 내게 말했다. 그래, 그들은 신이었다. 나같이 보잘것 없는 존재와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유명세를 탄 높으신 분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다른 사람이 어찌되던 내 알 바가 아니다. 신들이라고 해서 얼싸좋다하고 믿을쏘냐.
*
"...이상입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이치고히토후리."
"예. ....저, 주군.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주군께선...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이치고히토후리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갔다. 탁, 장지문이 작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오늘도 공문은 여전히 많구나. 작게 짜증을 낸 나는 서류뭉치를 집어들었다. 내 혼마루는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돌아간다. 살갑게 다가오던 이들도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나를 보자 당황하는 기색이었고, 그것이 며칠, 몇주일 간 지속되자 이젠 익숙한 눈치로 나를 대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저 그런 감정으로 한 지붕 속에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싸우는 것을 싫어해서 남사들이 와봤자 할 이야기가 없다. 몇몇은 사니와를 불신하는 낌새였다. 그런 놈들은 나도 불신한다. 그 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그럴 뿐이다.
"..주, 주군! 주군! 계십니까?!"
"..무슨 일이죠."
다급한 목소리에 장지문을 열었더니, 아키타가 숨을 헉헉대고 있었다. 도다누키 씨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금 다른 분들이 수리실에 눕혀놨어요!! 남사들과의 사이와는 별개로, 이것도 하나의 일이다. 공적인 일은 수행한다, 가 나의 목표. 나는 아키타와 함께 수리실로 뛰어갔다.
"윽..."
"주, 주인! 지금 도다누키가..!"
"알고 있으니까 잠시 다들 나가주세요. 수리에 방해됩니다."
"...아, 아.. 응!"
나는 가져온 부적을 꺼내들어 금이 간 도다누키의 본체에 붙이고 영력을 불어넣었다. 푸른 빛이 서서히 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아, 역시 수리는 몇 번을 해도 힘들구나. 볼을 타고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윽, 이봐."
"....."
"....어이. 사람이 부르고 있잖냐."
"....뭡니까, 지금 수리 중입니다."
".... ....미안하다."
"......하? 그게 무슨.."
"...나는 본래 주인이란 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검이란 것은 강함으로써 모든 것을 결정내는 존재. 적을 베고 그러다가 부러지면 낫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자기들 멋대로 만들고 멋대로 부수는 것에도 이골이 났고."
"......"
".....하지만, 지금은 달라. 어찌됐든 당신에게 속한 몸이니까."
"....검이건 뭐건 간에, 그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다가 다쳐오면 슬퍼할 사람은 꼭 있습니다."
"......."
".......그거, 혹시 네 녀석 이야기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수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짧은 문장이지만 여러차례 말을 주고받았다. 슬슬 끝나가는군. 나는 마지막으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도다누키가 짧게 나를 불렀다. 또 뭡니까. 그의 입에서 나온 문장은 나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길게 대화한 거, 되게 오랜만이군. 안 그러냐?"
사니와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 후, 사니와는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오랜만에 그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번졌다.
+) 사니와의 인간불신 측면만 강조해서 쓰다보니까 마이페이스 부분은 잘 안 드러난 것 같네요. ㅠㅠ 너구리 귀엽다! 최고다! 사니와는 '검들과 친해지길 바래'를 찍어라!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85 작성일저요!!!! 선점!!!!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288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19 작성일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벚꽃이 쏟아지면서 너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 강 밑의 아이. 카슈 키요미츠입니다. 잘 부탁해, 주인. 입가의 점과 붉은 손톱을 가진 신기한 아이. 너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마주잡았다. 엊그제와도 같이 생생했는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현세나 인공 신역이나 역시 시간은 소름 돋을 정도로 평등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인, 들어가도 될까? 차 가지고 왔어."
"..앗, 아, 응!"
차와 다과가 담긴 쟁반이 책상 위에 올려졌다. 나는 손에서 볼펜을 놓은 후 카슈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 정도는 역수자 베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 그치-? 뭐야, 그게~ 뜬금없는 소리에 입에서 웃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한참을 웃던 둘은 같이 차를 마셨다. 찻받침에 찻잔을 내려놓은 카슈가 입을 열었다.
"..지난 5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주인."
"...엣,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나를 뭘로 보는거야- 당연히 주인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알고 있다고!"
"..에에, 그건 좀 무서운데~"
"..이래보여도 진심이니까, 나."
그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에 나도 모르게 고양이처럼 머리를 부볐다.
*
"...아가."
"..히익-?!? 누, 누구세요...!?!"
"..그리 놀라지 말거라, 아가. 미카즈키란다."
".... ...하아아~ 가, 갑자기 이 밤중에 무슨 용무세요?"
"..으음, 그래. 용무라.."
"...???"
잠시 머뭇거리던 미카즈키는 폭탄발언을 했다. 나는 요바이를 왔단다. 아가는 당연히 모를 것 같아서 짧게 설명해주마. 요바이란 구혼을 위해 남성이 여성의 침소에 침입하는 행위를 일컫지. 즉, 내가 온 목적은 아가에게 구혼을 하기 위해서야. 둘 사이에 기나긴 침묵이 맴돌았다. 미카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 말이 없누, 아가?"
"....아, 그, 그러니까.. 지금 미카즈키가 제게 온 게.. 그게.."
"구혼을 하기 위해서지."
사니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아, 음, 이란 말만 고장난 기계처럼 반복하며 주저했다. 천년의 검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여자를 지켜봤다. 사니와는 눈을 꼭 감고 미카즈키에게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직은.. 아직은 그런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흐음? 다시 생각해보려무나, 아가. 나와 함께라면 아가는..."
"..그,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어찌됐건 전 생각이 없다구요!! ....무,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전 아직 미카즈키의 마음을.. 받을 수 없어요...."
미카즈키는 제 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탐탁치 않는 눈초리에 사니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미카즈키는 손을 뻗어 사니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 떨 필요는 없단다. 몇 시간 전처럼 다정한 음색이었다.
"..아가가 그렇다면 나도 강요할 마음은 전혀 없단다. 아가는 아직 너무나도 어리니까 판단하기에는 미숙한 것이겠지."
".....죄, 죄송합니다.."
"무얼. 자고로 신들의 주인이라면 좀 더 당당하고 위엄있게 행동하는 것도 좋다. 5년 동안 잘 해왔지만, 아가에겐 좀 더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 하하하하."
특유의 웃음소리를 흘리며 천년검은 제 발로 집무실을 나갔다. 나는 쓰러지듯이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방금까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숨이 거칠다. 몸이 떨리면서 눈 앞이 뿌애졌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자루의 이름만이 자리잡았다. 나는 방 밖을 뛰쳐나갔다.
*
카슈 키요미츠는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하다. 옆에 누워있던 야스사다에게 말을 걸었으나, 잠자는데 시끄럽다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쳇, 바보 야스사다. 투덜거리며 방 밖으로 나왔다. 보름달이 맑은 밤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는 정말 오랜만이야. 달구경이나 하다가 들어갈까. 카슈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흐윽, 흑.."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잠자고 있어서 주위가 조용했기 때문에 울음소리는 더더욱 크게 들렸다. 누가 울고있지? 카슈는 몸을 뒤로 젖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타박, 타박. 저 멀리서 천천히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확 끼쳤다. 유, 유령인가? 혹시 새로운 타입인 적의 습격? 카슈는 본체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칼날이 날라온다면 언제라도 맞부딪힐 수 있게.
"....누구ㄴ.. 주, 주인..?!!"
"...흐윽, 흡.. 카, 카슈우우우~..."
카슈의 입에서 삑사리가 흘러나왔다. 달빛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저의 주인이었다. 멀쩡했던 얼굴은 어디 가고, 왜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나타난 것인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저, 저기.. 주인! 일단 진정해! 응? 일단 뚝, 하고. 응?!"
"...흐윽, 흐아아앙~!"
카슈는 사니와의 손을 끌어당겨 제 옆에 억지로 앉혔다. 그리고 눈물콧물범벅이 된 여자의 얼굴을 손으로 정돈해주면서 열심히 달래기 시작했다.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고 눈물을 닦아주고. 그가 한동안 바삐 움직인 덕분에 사니와의 울먹거림도 점차 잦아들었다.
"....휴우, 한시름 놓았네. ...주인, 무슨 일 있는거야? 운 이유가 뭐야..?"
"....그게에.."
사니와는 더듬거리며 미카즈키의 일을 털어놓았다. 카슈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 망할 영감이...!! 걱정마, 주인! 내일부터 내가 밤 근시를 맡을게!! 어디 다시 와봐라, 영감탱이!"
아, 그리고 밤중에 이렇게 울면 내일 아침에 눈 퉁퉁 붓는다? 그럼 전혀 귀엽지 않다고, 주인! 카슈는 배시시 웃으며 사니와를 껴안아 등을 도닥거렸다. 따뜻한 체온에 긴장했던 몸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다. 그녀는 카슈를 마주 안고 품 속에 더더욱 파고들었다. 밝은 달만이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 오늘도 안정의 키요미.. 키요미츠 귀엽다! 여사니와도 귀엽네요. 리퀘 신청해주셔서 아리가타키 시아와세!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63 작성일ㅎ헉헋헉 잠시만요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귀여운 글 진짜 ㅠㅠㅠㅠㅠㅠ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바이 온 미카즈키도 위로해주는 카슈도 울어버린 사니쨩도 너무 이쁘게 써주셔서 진짜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아요ㅠㅠㅜㅜ 완전 예쁜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93 작성일선점!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04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8437 작성일
"...저기, 주인. 있잖아, 나 주인을.. 좋아해..! 정말로.. 정말로 좋아해..!!"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고백이 왠지 절규처럼 들리는 것 같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그의 눈동자와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기뻤다. 너무나도 기뻐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승낙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꾸만 플래쉬백 되는 현세에서의 기억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또 버림받지 않을까? 또 상처받지 않을까? 결국은 나만 아파하지 않을까? 머릿속이 뱅글뱅글 돌아서 어지럽다. 주인..?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사니와를 향해 카슈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 아.. 죄송..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목을 쥐어짜서 겨우겨우 말을 뱉었다. 말을 마친 여자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남겨진 남자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이내 본체를 꽉 움켜쥐었다.
*
강렬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겪었을 때, 인간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당시의 일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니와는 현세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괴로움을 겪고 싶지 않아. 아파지고 싶지 않아. 그녀는 스스로 혀를 묶었다. 다시는 '사랑한다'는 말에 현혹되어 대답하지 않도록.
첫 고백을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슈 키요미츠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카슈는 사니와에게 계속 고백을 했고 그때마다 사니와는 거절했다. 카슈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사니와의 예상을 깨고, 카슈는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이 그녀를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했다. 사니와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정말 영혼을 바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카슈는 다를지도 몰라. 그와 더불어 서로의 마음이 변함없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거절만 하는 주제에 양심도 없이 좋아하다가 이제서야 받아준다고? 이런 말을 들어도 자신은 싸다고 생각했다. 온갖 비아냥들을 듣더라도 상관없어. 한참 고민한 끝에 사니와는 결정을 내렸다.
"주인, 무슨 일이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양심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래도 카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믿어서.."
저도 카슈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카슈. 카슈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니와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남자는 이내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양손에 파묻고 엉엉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꼭 껴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였다. 바람이 불면서 벚나무에서 꽃잎들이 흩날렸다. 너무나 아름다운 봄이었다.
*
"...주인, 나 내일 수행 가."
"...응, 알고 있어."
"금방 돌아올테니까 건강하게 있어야 해?"
"...있지, 조금만 있다가 가면 안될까..? 떨어지기 싫은데.."
카슈 키요미츠는 마지막 밤을 연인과 함께 보냈다. 남자는 여자 쪽으로 돌아눕더니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카, 카슈야..? 곧바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슈는 웃었다.
"아아, 나흘 동안 주인이랑 떨어져야 한다니... 뭐, 영원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야 그렇지.."
"내 수행지는 어디일까? ...역시 신센구미겠지?"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있잖아, 주인."
카슈는 진지한 눈으로 사니와를 바라봤다. 수많은 감정이 가득 담긴 붉은 눈동자가 마주 보인다. 잠시 침묵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할게. 그 문장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 진짜 힘들었었다? 주인이 계속 거절하니까 정말 나를 싫어하는건가 싶어서 혼자서 앓기도 했고.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내일부터는 진짜 마음 접을거야'라고 다짐하면서 잤어.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주인을 보면 내가 전날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모두 다 잊어버리게 돼."
".........."
"...아, 음.. 뭐, 너무 솔직..했나..? 아무튼, 오늘은 그냥 서로가 다 털어놓는 시간을 가지자. 아까같은 음울한 이야기는 잊어버려줘. 본론은 내가 주인을 좋아한 이유! 궁금하지 않아?"
".....에?"
"어.. 생각해보니까 너무 많은데, 그래도 다 말할꺼니까 듣다가 졸려서 자면 안된다? 알겠지?"
"....으, 응..."
카슈는 팔베게를 한 팔을 살짝 움직여 사니와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손은 연인의 머리카락 끝에서 놀았다. 적당한 농도의 보랏빛이 하얀 얼굴과 대비되었다. 머리를 매만지면서 카슈는 차근차근 말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이 머리카락. 이거 염색했다고 했지? 주인이랑 엄청 잘 어울려서 좋아."
쪽, 카슈는 머리카락에 입술을 묻었다. 여담이긴 하지만, 머리카락에 하는 키스는 '당신에게 반했다'라는 의미래. 주인한테 또 반해버렸어. 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다음은 성격.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을 변함없이 아껴주고 소중히 대해줘서 정말 고마워, 주인. 나는 그런 주인이 너무 좋아."
바싹 다가간 카슈는 눈을 휘면서 웃더니 사니와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했다. 이마에 하는 키스는 '변치않는 사랑을 맹세한다'라는 의미. 맹세할게, 주인. 터질듯이 새빨개진 사니와는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마저도 퍽이나 귀엽다는 눈으로 카슈는 쳐다봤다.
"....내가 수행을 가는 목적은 강해지기 위해서야. 강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애인이자 주인인 당신을 지키고 곁에서 사랑받기 위해서이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주인. 나는 반드시 강해져서 돌아올꺼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줘, 응?"
사니와의 등을 토닥이며 카슈는 나직이 귓가에 속삭였다. 인간으로 산 시간으로 치자면 이쪽이 훨씬 연상인데도 무심코 그에게는 어리광과 투정을 부리게된다. 자신와 떨어져서 불안해하면서 가지 말라고 하는 나를 달랠 정도로 카슈는 어른스러웠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는 걱정과 불안함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나 없어도 밥 잘 먹어야 한다? 나 없다고 밥 굶으면 안돼, 알겠지? 갔다와서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볼꺼니까!"
"네에~"
여자는 진심으로 웃었다. 이런 남자, 아니 신이랑 사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괴로웠던 과거는 언제인가 전부 사라졌다. 그 빈자리에는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가득 들어찼다. 너무 행복해. 눈꼬리를 휘며 웃는 여자를 본 카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자신도 똑같이 웃었다. 자, 그럼 세 번째 이유를 말할게. 그렇게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두 사람은 행복한 밤을 지세웠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할.. 할 말이 없습니다....... 현생.. 현생이 나를 방해해........ 카슈야.. 잘 다녀와....... 잘 다녀와.........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틈날 때마다 쓴 거라 리퀘 내용을 제대로 잘 반영한 것인지.. 제 자신에게 의문이.... 포카포카하고 따뜻한 리퀘 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95 작성일
앗 혹시 나도 괜찮다면~♡
늦었다ㅜㅠ!!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93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96 작성일자세한 상황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99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517 작성일
사니와는 도검남사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다. 잘 웃어주며 가볍게 스퀸십도 먼저 거는, 어쩌면 세상에 흔하디 흔한 젊은 여성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사니와는 자신이 사니와로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남사들에게 웃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나가소네 코테츠는 그녀의 무표정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
"...주인, 나는 위작이 싫어."
어느 날, 근시였던 하치스카 코테츠가 사니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아, 또 위작 알레르기가 도진건가 싶어서 사니와는 멋쩍게 웃었다. 위작이란 것은 나가소네를 말하는 거야? 하치스카는 쥐었던 붓을 내려놓고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 진품 코테츠들은 당시 시대에 횡횡했던 위작들 때문에 수많은 고초를 겪었었어. 위작 코테츠를 산 사람이 칼이 가짜라는 걸 알고 가만히 있던 진품 코테츠 도공에게 따졌기도 했었고, ...심지어 진품 코테츠를 가짜인줄 알고 부러뜨려 버렸다는 말도 들었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처음부터 위작들을 싫어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찌됐건 일단은 '코테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살갑게 지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작이 성행하면서 진품인 하치스카와 그의 형제들은 고통을 받았다. 인간들의 착각으로 인해 맥없이 부서지고 녹아가는 제 형제들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하치스카 코테츠'는 무슨 기분이었을까.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눈치챈 하치스카가 얼른 말을 바꿨다.
"...아아, 미안해. 이렇게 우울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나도 나가소네가 '위작'이라는 것을 싫어하는 거지, 그의 인품과 실력은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까 너무 그런 얼굴은 하지 말아줘. ...그러고보니, 오늘 밤이었던가? 위작이 수행을 떠나는 게."
"..앗, 응..!"
"알겠어. 그가 부재 중인 동안은 내게 맡겨줘."
하치스카는 내려놓았던 붓을 다시 쥐어들고 먹물을 푹 묻혔다. 메마른 붓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바깥에서 부엉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시계를 본 나는 기겁했다. 새벽 1시. 밀린 서류들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이 시간까지 되어버렸어! 이렇게 방이 밝았었는데도 사다쨩(오늘의 야간 근시)이 잔소리하러 오지 않았단 말이야? 많이 피곤했나 보네.. 자고 있는 건가? 긴장했던 몸이 이완되면서 노곤해졌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스탠드를 껐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잠이 안 와!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고 몸을 뒤척거렸으나 잠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엌에서 따뜻한 우유라도 마시고 와야겠다 싶어서 방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서 인영(人影)이 보인다. 이 시간은 다들 자고 있을텐데.. 대체 누구지?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다가갔다. 서서히 드러나는 인영의 정체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가소네 코테츠였다.
"...어어, 나가..소네?"
"...아? 주인.. 자고 있던 것 아니었나?"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나가소네야말로 이 시각에 왜 여기 있는거야?"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서 말이다."
그는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여기로 오지 그래. 나가소네는 제 옆을 툭툭 쳤고, 나는 군말없이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쪽빛 하늘에 보석같은 별들이 박혀서 빛나고 있었다. 각자는 아무 말 없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구경했다.
"....수행은 잘 다녀왔어? 편지는 읽었지만.."
"...아아, 나 자신을 되돌아 본 계기가 되었어."
"...하치스카가 뭐라고 하지 않아?"
"..뭐, 예전보단 덜 한 것 같지만, 위작이라고 잔소리 해도 상관없어. 난 진품 이상으로 일할 생각이니까."
"...응."
수행을 갔다와서 지금은 담담해진 그지만, 과거에는 그다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는 위작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주인이었던 곤도 이사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칼이 진품이라고 믿었었으나, 실제의 그는 위작. 하치스카가 틈만 나면 '위작'이라며 잔소리질을 할 때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분명히 마음 속에는 말 못 할 감정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수행 보내길 잘 했네, 그래도 그나마 나은 표정을 지어줘서. 나는 팔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나가소네."
"....뭐, 뭐야.. 갑자기..!"
갑작스러운 사니와의 행동에 나가소네는 머리를 움직이려고 했으나, 가만히 있으라는 사니와의 말에 옴싹달싹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게 작은 여자가 자신의 주인이라니. 처음은 마냥 헤픈 여자라고 생각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순간에선 어느 시대의 무장 못지 않게 당차게 행동했고 결단력도 있는 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같이 컴플렉스가 있는 자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준다. 주인이 애정을 가지고 써준다는 것이 물건에겐 얼마나 기쁜 일인지. 나가소네의 입에서 비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봐. 내가 수행 갔다온 동안에 밥은 잘 챙겨 먹은건가? 예전보다 더 마른 것 같은데."
"...?!!?"
사니와의 양 뺨을 나가소네가 붙잡았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여자는 아둥바둥대며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으나, 나가소네의 말 한 마디에 행동을 멈췄다. 가만히 있어. 몇 분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그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다, 당신...!"
"..하하, 당신은 참 이상해. 우리들에게는 다정하게 웃으며 대해주면서, 정작 자신이 이런 행동을 당하면 어쩔 줄 몰라하고."
"....아니, 난, 그게에..!"
얼굴 전체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여자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쪽, 볼에 무언가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멍한 표정으로 제 볼을 매만진 그녀가 상대방을 바라봤다. 나가소네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킨십'이라는 것을 해 봤는데, 어떤가?"
"...아아.. 아.. 아으으으~...!!!!"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새빨개진 여자는 제 양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가소네는 낮게 웃었다. 귀여운 주인이라니까.
+) (스레주는 오글거림으로 인한 셀프도해를 하러 가겠습니다. 사요나라~) 연상(?)의 여유로움을 가진 소네상 최고입니다... (행복사)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297 작성일
윗 사니와까지 받고 마감하겠습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324 작성일난입인데 스레주..! 스레주가 비밀글 설정 하면 스레주 빼고는 볼 수 없어요(소근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345 작성일
우아악 혹시 수정할지도 몰라서 레스 따로 뺄게 도다누키랑 사니와 신청했던 레스니와야!!
타누키 귀엽다 최고다!! 초반부터 사니와가 선긋고 퉁명스럽게 대하는게 정말 생각한 그대로라 너무 좋았어! 무엇보다 도다누키가 사과할때 이유부터 말하는게 아니라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말하고 보는것도 좋고ㅋㅋㅋ이후로 둘이 좋은 분위기 만들어질것 같아서 훈훈해진다... 위쪽에서 꼬리내린 이치니도 같이 친해졌으면 좋겠구 사니쨩이 연성해준 분위기가 아슬아슬한 폭풍같지만 그 이후에는 평온한 노을지는 오후가 기다리는 것 같아서 너무 흐뭇했어!! 리퀘 받아줘서 너무 고맙구 사니쨩에게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랄게! (><)
+)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혼마루에 비밀글로 담아가도 괜찮을까?! 부담스럽다면 >> 진정해 레스주! << 를 외쳐줘!!!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356 작성일
허어어억.. (돌연사) 이렇게 열광적인 답레스는 스레주에게 힘이 됩니다! 젠젠 다이죠부 몬다이나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졸작을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ㅎㅎㅎ 리퀘 신청해줘서 고마워요! ♡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4634 작성일현생이 바빠서 천천히 올릴게요.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4646 작성일천천히 해도 괜찮으니 힘내세요~ 화이팅 :D/♡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353 작성일
답레스는 너무나도 환영이고 감사하지만, 레스를 따로 빼서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투고한 후에 제가 n번 퇴고하면서 틈틈히 수정하기 때문에.. :3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556 작성일
헐류 지금 봤습니다 스레주님 ㅠㅜS2S2S2 글리퀘 처음 받아보는 거라 떨리고 기분 날아가네요 ㅠㅜ!!!
마지막에 능글스럽게 말하며 사니와 뺨 만지는 소네상이라니ㅠㅜㅠㅜㅜ 세상에 존못이 아니라 이미 프로시자나요 ㅜㅠㅜㅠㅜㅜ 정말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너무 좋아서 지금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ㅜㅠㅜ!!! 혹시 괜찮으시면 나중에 그림으로 그려도 될까요?? 출처는 원하시는 출처명 밝히고 하겠습니다 S2S2S2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558 작성일
헉 그림이요????????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부디 그려주세요!!! 다 그리시면 저한테도 크롭샷을... (음흉) 출처명은 '소네상을 좋아하는 모 사니와'라고 해주세요ㅋㅋㅋㅋㅋ 달달&오글(?) 리퀘 요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면서 제 손이 펴지질 않아서 고생했어요ㅋㅋㅋㅋㅋㅋ
+) TMI: 사실 소네상이 사니쨩에게 볼뽀뽀도 했습니다! 쪽, 하는 소리가 그 증거이죠! (코난풍)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563 작성일
힘든 부탁이었을 텐데 정말 술술 잘 풀어주셔서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ㅠㅜS2S2S2!!! 그림에 미숙하지만 천천히 그려볼게요 :D 그럼 스레주님의 또 멋진 작품들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S2S2S2~~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절 잠 못자게 만드실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감사합니다 스레주님 ㅠㅜㅠㅜㅠㅜㅜS2S2S2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44 작성일추가 리퀘 선착순 4명 더 받습니다.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50 작성일
선점 가능할까....?!! 지금 바로 정리해서 올릴테니까 받아줬으면 좋겟다ㅠㅠㅠㅠㅠ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971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82906 작성일
* 초반에 아주 잠깐 욕이 있습니다.
* 후반에 약간 잔인함 주의
"...하하하, 네에~ 네, 그럼요! 아아, 네! 그럼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네~"
띠링, 여자는 통화 버튼을 터치해 통화를 종료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여자는 놀랍게도 방금 전까지 만면에 웃음을 띄우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다. 아니이- 참견도 적당히 해야지, 어? 이 23세기에 부모도 아니고 국가가 혼약자를 정해준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랍니까, 동네 사람 여러분?!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주인, 안에 있니?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러퍼졌으나 사니와는 듣지 못했다. 침대 위에 핸드폰을 던져놓고 발을 구르던 여자는 제 분에 못 이긴 나머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누가 보면 지금이 전국시대인 줄 알겠네!!! 그 인성 파탄 난 약혼자 새끼는 머리카락 끝부분도 보기 싫어, 진심으로-!!!"
"....주인?"
별안간 들린 목소리에 여자의 행동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 곳엔 평소와 다름 없는 느긋한 얼굴인 히게키리가 서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들어왔지 뭐니. 특유의 웃음을 띄우며 히게키리가 말했다. 소리지르려고 벌린 입을 천천히 다물었다. 여자는 생각했다. 아, 좆됐다. 그렇게 안에서 소리를 질러대는데 방문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못 들을 리가 없다. 망했다, 쟤 분명히 들었을거야! 혼약자가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한순간에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여자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어, 어... 히게..키리..?"
"...무슨 일 있는거니, 주인? 평소에는 바로 문을 열어줬잖아."
"...아, 음.. 그게.."
"주인."
혼약자가 있었던거니? 어디선가 사자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린 듯 했다. 히게키리가 우연히 들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결과적으로 나는 남사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은 죄가 있기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태도는 입을 열었다.
"난 딱히 너를 책망하려는 것이 아니야. 그 자와는 어떻게 알게 됐니?"
"....처음은 연례 회의에서 알게 됐는데 얼굴만 몇 번 본 정도였어. 근데 얼마 안 가서, 상부에서 그 사람과 정략결혼을 하라고 하더라고."
"너는 그 자가 마음에 드니?"
"아니, 전혀! 전-혀! 완전, 진짜, 최악 중의 최악이야!!"
여자는 분통을 터뜨리며 히게키리에게 죄다 털어놓았다. 그 인간이 진짜 얼굴은 끝내주게 잘생겼거든? 어.. 비교하자면 미카즈키급이려나.. 키와 몸매도 완전 모델급이고!! 근데 허우대만 좋으면 뭐해!! 인성이, 어? 정작 중요한 인성이 엄청 개판인데!!! 아, 진짜. 생각할수록 열 받아!! 자신의 주인은 이게 단점이다.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쉽게 뚜껑이 잘 열리고 진정하는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 히게키리는 맞장구를 침과 동시에 여자를 부드럽게 진정시켰다. 그의 토닥임에 흥분하던 여자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갔다. 히게키리는 주인의 윤기나는 흑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인간 아이는 버리고 나와 혼인하자꾸나."
".....으응...?"
"싫어하는 사람과 뭐하러 결혼하니? 주인도 참으로 귀엽구나. 그 인간 아이가 아무리 대단해봤자 결국은 보잘것없는 인간. 예로부터 쉽게 죽는 인간이라지만 그 인간 아이는 특히 얼마 못 살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 너도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인간보단 영원불멸한 신 쪽이 더 낫지 않겠니?"
".....????"
사니와는 히게키리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긴 시간을 소비했다. 지금 히게키리는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인가? 히자마루의 이름을 매번 틀리는데다가 세상만사를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그' 히게키리가? 사니와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히게키리는 고개를 가웃거렸다.
"왜 웃는거니?"
"..아니, 풉, 아니, 진짜 히게키리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어서... 아, 웃어서 미안해..! 하긴, 뭐어~ 불쌍하게 여길 만도 하지! 인정합니다~"
"..."
"..위로해줘서 정말 고마워. 근데, 히게키리는 잘 모르겠지만 조직 문화라는게 어쩔 수 없는 거야. 특히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그런 보이지 않는 압박이 강해서 말이야. 미안해, 히게키리. 나중에 이혼은 할 수 있겠지, 뭐!"
"......"
"..아,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였었지?"
"..원정을 간 하카타가 이 서류를 너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해서 왔단다."
"아, 맞다! 고마워, 히게키리~"
히게키리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가볼게, 주인. 오늘 일은 비밀로 할테니까 걱정하지마. 사니와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히게키리도 같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곤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가볍게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가면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웃음을 싹 지운, 감정이 없는 무심한 얼굴로 그는 느릿하게 복도를 걸어나갔다.
한 발자국은 친히 너를 찾아가는 나의 노고.
두 발자국은 네 앞에 멈춰선 시간.
세 발자국은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처럼 순진무구.
네 발자국은 너의 마지막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나의 자비.
다섯 발자국에 붉은 피를 내뿜으며 날라가는 너의 목.
"...조만간 비보(悲報)가 들려올 것 같네."
아아, 가련하고 안타깝구나. 가여운 나의 주인. 불쌍한 나의 주인. 훗날 지아비가 될 자의 목을 빼앗는 것은 결코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미 괴물이 되어버려서 말이지.
"....그럼, 오니 퇴치를 서둘러야겠네."
주인. 사니와. 주군.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간의 아이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특별한 존재란다. 천 년의 세월을 살면서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들은 탓에 세상만사가 무료할 줄 알았는데, 하찮은 인간 남자의 목을 베려고 내가 이렇게 직접 움직이게 되다니. 질투라는 것은 참으로 재밌는 것이네. 그러니까 거기에 가만히 있으렴. 아무것도 모르는 그 상태 그대로 있어주렴. 혼약자의 수급을 가지고 금의환향을 할 터이니. 그토록 미워하는 자의 목을 너에게 바칠 터이니.
"너의 '괴물'은 이 내가 되어주마."
철컥, 칼집에서 모습을 드러낸 새파랗게 날이 서린 칼날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 .....왜 히게키리가 미친놈이 되어버렸지...????? (당황) 얀얀한 히게키리를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착광공 아니쟈라니... 행복한 인생이었다... ^ㅠ^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54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957 작성일
헉.. 평생 소장이라니.. (맞절) 쓰면서 야겐 니키의 멋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죠 헤헤.. 의사 사니쨩 귀여워요ㅠㅠㅠㅠ 직업정신도 좋지만 무리하지 말고 평생 야겐이랑 깨 볶길!!
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55 작성일|ㅇㅅ 존잘님...선점가능할까...
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275983 작성일익명님의 댓글의 댓글
익명 #345796 작성일
* 성별, 성격 등 별다른 언급이 없으셔서 스레주가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성별은 최대한 중성적으로 설정)
* 사니와가 한 성깔 합니다.
바사삭, 입 안에서 비상식량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입을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내가 사실 쟤네들한테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전임 놈이 싸지른 대왕 똥을 열심히 치우고, 덤으로 재앙신 되기 일보 직전인 애들까지 분명히 정화를 시켰는데...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그런 사람에게 밥도 안 주고 말 걸면 투명인간 취급이나 하고 그런다고?
"아니, 생각해보니까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잖아?!!? ...컥.."
분노의 스펙트럼이 한계치까지 도달해서 소리를 질렀다가 심장 부분을 움켜쥐었다. 아, 맞다. 나 선천적 심장병 환자였지.. 꼬꼬마 때부터 의사 선생님께 '심장이 크게 놀라서 급하게 뛰지 않게 주의해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었는데, 솔직히 인생 살면서 심장이 안 놀라는 일이 더 적지 않을까 싶다. 심장을 움켜쥔 채로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심장 박동이 점차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낀 나는 벌러덩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생각이 났다. 그의 이름은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로, 내가 정화한 칼들 중 하나이며 이 본성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람 취급해주는 도검남사다.
"야스사다, 있어...?"
그가 머무는 방 앞에서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장지문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역시 없는건가.. 야스사다한테 애들 뒷담이나 하려고 했는데.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주인!"
"...엥, 야스사다?"
"어쩐 일로 내 방까지 온 거야?"
"아니.. 뭐, 그냥 쓸쓸해서..."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는 사니와의 말을 듣고 쓰게 웃었다. 불쌍한 주인.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있는데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진다. 그는 사니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다과를 가지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안해.. 다들 저러니까 나라도 주인을 잘 지켜봤어야 하는데..."
"..아, 아냐..! 너가 나를 감싸면 또 카슈나 다른 애들한테..."
"나는 괜찮아. 넌 내 주인이니까 당연한 거잖아."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야스사다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던 사니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야, 야스사다아....! 울먹이던 목소리는 이내 울음으로 바뀌었으나, 그마저도 다른 남사들에게 들킬까봐 제대로 크게 울지도 못하고 끅끅거리기만 했다. 야스사다는 사니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조용히 토닥거렸다. 한참을 말 없이 있던 야스사다가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원정 가게 됐어."
".....뭐...?"
"...우리 돌아가면서 원정 가는데, 내일 가는 원정이 내 차례여서 말이야."
"....언제, 돌아와...?"
"이틀 정도 걸릴꺼야."
"...."
괴롭겠지만 이틀만 참아줘. 응? 달래는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있었기에 사니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
다음 날.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는 예정대로 원정을 떠났다.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졌다는 충격 때문일까? 사니와의 건강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었다. 눈칫밥과 억울함으로 가득 쌓인 스트레스에 정신적 지주의 부재, 그리고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몸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
사니와가 깨질 듯한 두통과 아픈 몸을 애써 이끌고 문을 열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 무관심한 태도였다. 네 밥은 저기 있으니까 알아서 해.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차가운 눈으로 사니와를 흘끗 보고는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니와의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아. 칼에 찔려 죽더라도 쌍욕은 하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연 순간,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사니와는 아무 말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
"...진짜 당신들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진짜!?!"
병상에 누워 있는 사니와의 앞에서 야마토노카미 야스사다가 소리를 질렀다. 사니와와 그의 주변에는 십수십 명의 남사들이 있었다. 아무리 인간이 싫어도 그렇지!! 우리를 정화시켜준 사람이라고! 야스사다의 입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사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사실은,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 많으니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진짜 제대로 해. 정말로."
".....응....."
"내가 주인 옆에 붙어서 감시할 테니까."
"........넵."
"주인 일어나면 일단 입 닫고 무조건 손이 발이 되라 빌고."
".....알겠네."
야스사다의 서슬퍼런 목소리에 그의 동료들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여댔다. 일어나면 사과부터 해야지. 키요미츠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사니와를 바라봤다. 정말 미안해, 주인. 야스사다 외에는 온기가 닿지 않았던 사니와의 손에 새로운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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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75965 작성일
선점 해봅니다..(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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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75994 작성일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67 작성일
일단 손들고보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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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75985 작성일익명님의 댓글
익명 #275968 작성일
추가 리퀘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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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78440 작성일안녕하세요 스레주! 카슈 리퀘 찾으러 왔다요ㅇ0ㅇ 큽 우선 울고 시작해도 될까ㅠㅠㅠㅠㅠㅠ 카슈 귀엽고 스윗하고 혼자 다해라ㅠㅠㅠㅠㅠㅠㅠ 그때가 봄이었다는 얘기는 안 했었는데 스레주 어떻게 알았지ㅠㅠㅠㅠㅠㅜㅠ? 너무 귀여운 글 써주신 스레주께 백번감사해요!!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사랑스러움이야...♡ 스레주 꽃길만 걷고 하는 일 모두 잘 되길!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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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78442 작성일
사니쨩의 관대함과 해후와도 같은 포용력에 스레주는 빛을 보았다고 합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막 졸면서 꾸벅꾸벅 쓴 거라 내가 뭘 썼는지도 몰랐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세젤귀 아니 우주젤귀 카슈를 연성하게 해줘서 오히려 저야말로 감사하죠ㅠㅠㅠㅠㅠ!!! 리퀘주신 사니쨩도 꽃길만 걷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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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82331 작성일당분간 못 옵니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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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82465 작성일
월말이 휴가철이라 스레주도 잔업에 시달리는걸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그렇거든. 힘내 스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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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82949 작성일
히게키리 리퀘했던 사니와입니당!!!! 처음에 리퀘할 때 이런 분위기로 리퀘해도 괜찮은걸까?!! 하고 쓰고나서 한 30분은 쩔쩔매며 고민했었는데 그렇게 고민했던 시간이 다 날아가는 너무 훌륭한 글이 나와서 진짜 진짜 기뻐ㅠㅠㅠㅠㅠㅠㅠ 스레주 혹시 내 머리속에 다녀온 후에 쓴 것 처럼 내가 원하던 분위기, 내용이라 진짜 읽으면서 계속 감탄했어ㅠㅠㅠㅠ 솔직히 말해봐 진짜 다녀간거야?!!?ㅠㅠㅠㅠㅠㅠㅠ 걸음 걸음마다 히게키리의 사니와에 대한 마음과 검의 신으로서의 잔혹함이 무겁게 배어나와서 정말 좋았어ㅠㅠㅠㅠㅠ 스레주 말대로 히게키리가 미친놈이 되어있는데 그거야말로 내가 원하던거(?)여서 진짜 맘에 들어!!! 산뜻하게 오싹한 히게키리 넘나 내취향인것.....!
스레주 바쁜 것 같아서 느긋하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와줘서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정말 고마워!!!! 스레주가 앞으로 원하는 것을 바로 바로 성취할 수 있는 행운과 행복이 오기를 바랄게!!!ㅠㅠㅠㅠㅠㅠ
+) 이 글은 혼마루에 소중하게 모셔갈게!! 물론 출처는 밝힐거구!!!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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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82970 작성일앗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