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힘든데 얘기 좀 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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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4건 작성일 19-10-18 18:19본문
나 반수하고 있는데 괜히 한 것 같아.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것도 웃기지만 한번만 봐줘. 나도 내가 뭘 원하는건지, 뭘 도와달라고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한번만 읽어주면 고맙겠어. 지금 너무 우울하고 심란한데 털어놓을데는 없어서 그래.
고3때 수시로 수능 성적보다 훨씬 좋은 대학교를 갔음에도 불구하고 반수를 시작했어. 수능은 현재 다니는 학교도 갈 수 없는 성적이었기에 처음 반수를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반대했지.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그렇다면 되던 안되던 한번 해보라며 지원해 주셨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6월 말이었어. 그런데 8월 중순쯤 수능이나 대학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몸이 많이 아파서 2주 조금 넘는 기간동안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어. 이때 반수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몸이 괜찮아지고 나서는 이왕 하기로 한 것 한번 끝까지 해보자 하고 9월 모의고사를 봤어. 기본 실력이 없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니 당연히 점수는 엉망이었고 현재 다니는 대학교도 못 갈 정도의 성적이 나왔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계속 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왔어.
그런데 이제와서 안될 것 같아. 너무 힘들어. 공부 자체보다 안되는걸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어. 9월 모의고사, 10월 모의고사 결과를 보면 절대 지금 다니는 곳보다 더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없어. 수능까지 27일 남았는데 이 기간동안 성적이 확 오를리도 없고.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 27일 남겨두고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지금은 너무 후회가 돼. 왜 내가 반수를 하겠다고 했을까, 아팠을 때, 아니면 9월 모의고사 이후에 그만두는 건데.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수능만 보고 나면 결과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냥 다 괜찮아질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너무 힘들어. 남은 27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어. 수능에 있어서는 얼마 안 남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져. 진짜 그만두고 싶은데 이제와서 그럴수도 없고. 어쨌든 수능은 봐야하니 억지로라도 공부를 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아. 그냥 다 너무 힘들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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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님의 댓글
익명 #367217 작성일
몸이 아픈 것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하지 못한 부분이 후회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결과가 나쁘더라도 오래 후회하지 말라고 하고 싶네.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반년 동안 시간과 돈과 노력을 무의미하게 버린 것 같더라도 그것 또한 사니쨩이 지금 가족들의 백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이야.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경험은 정말 귀하거든.
무엇보다 운 좋게 수능 대박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딱 27일 간만 열심히 해보자.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수능 치는 것보다 막판에라도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시험치는 건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전혀 다를 거야.
익명님의 댓글
익명 #367220 작성일
못봐도 돼. 실패해도 돼. 성공하면 좋지. 반수 좋은 게 뭔데. 돌아갈 대학이 있다는 거잖아.
지금 반수 안 해봤으면 대학다니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을 수도 있잖아
무엇보다도 부모님이랑도 같이 대화해보라고 하고 싶어. 믿어주신 부모님께 죄송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결과가 나오면 어차피 점수는 아시게 될 거고, 그 때 실망시켜드리는 게 무서울 수 있어. 나도 경험 있어서 이해해.
그런데 부모님은 여름에 아팠고 그 뒤에도 힘들었을 거 알고 계시잖아.
사니짱이 힘들었고,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니까 계속 노력하기로한 걸 가장 가까이에서 보신 분이야.
부모님과 대화해보고, 마음 정리 되면 남은기간동안 공부에 매진할지 휴식할지 보일거라고 생각해.
물론 이건 내 의견일 뿐이고 결정은 사니짱이 하는 거니까
어떤 방향이든 사니짱이 잘 생각해서 후회가 적은 결정을 했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건 도전해도 되고 실패해도 성공해도 다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믿어.
익명님의 댓글
익명 #367229 작성일
사니쨩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니쨩은 노력해왔으니까 괜찮아. 사니쨩은 젊으니까 아직은 알지 못할 많은 기회가 앞으로도 많을거야. 그게 새로운 대학교에서 시작하는 것이든, 지금 대학교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것이든 지금까지 사니쨩이 노력한 게 있고, 그 노력은 어느 쪽으로 사니쨩의 길을 가건 다음 기회의 힌트가 되어줄거야.
오늘밤은 푹 자고, 사니쨩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고. 그동안 잘 견뎌줘서 고마워 사니쨩.
익명님의 댓글
익명 #367284 작성일
이런 얘기가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얘길 해보자면, 난 딱히 명확한 장래희망도 없었고, 막연히 해보고싶던 것들도 내 능력으론 꿈도 못 꿀 높은 곳에 있는 것들이어서 포기하고 성적맞춰서 취직 잘되는 3년제 전문대에 갔어. 결과적으로 무난히 졸업하고 쉽게 취직해서 잘 살고있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어떤 목표가 너무 이루기 힘들고 어려우면 현실과 타협하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사니쨩은 이미 다니고 있는 대학이라는 이뤄놓은 목표가 있잖아? 그보다 더 위로 올라가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면 거기서 멈춰도 좋지 않을까 해. 그리고 지금까지 반수 준비한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니쨩 말마따나 아예 도전하지 읺았으면 나중에 후회했을지도 모르잖아!
어떤 결정을 내리던 사니쨩이 너무 마음고생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응원할게!